'인권규칙안' 5일간 입법예고…검찰 일각 "법 지켜달라는 요청이 부당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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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월 내 제정을 약속한 법무부의 인권보호수사규칙에 대해 졸속 제정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5일 인권보호수사규칙(인권규칙안) 수정안을 재입법 예고했다. 기간은 29일까지 5일간이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입법예고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일간 입법예고…檢 "법 지켜 달라는 게 부당한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당초 법무부는 인권규칙안을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한차례 입법예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살다 살다 이렇게 기본도 안 돼 있는 규칙안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검사들끼리 재미 삼아 만드는 동아리 운영안도 이보다는 정제돼 있다" 등 비판 의견이 쏟아지자 법무부가 대검과 협의해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수정안의 재입법예고에도 졸속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프로스의 검사 게시판에 인권규칙안 수정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글이 올라오자 한 검사는 댓글을 달아 "같은 취지의 법령을 2번이나 입안하면서도 입법예고 기간은 법령상 기간인 40일에 한참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상태로 (인권규칙안이) 공포되면 당장 효력 유무가 문제 될 여지가 있다"며 "도대체 법무부는 왜 법령상 기간을 준수하지 못하나. 위 규정을 명시적으로 무시했을 때 법령의 효력 문제에 대해 대검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고 비판했다. 이 검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법치주의 사회에서 법 집행을 담당하는 법무부에 법에 규정된 절차를 제대로 지켜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부당한 것이냐"며 "중요한 법령인 만큼 사후 시비가 없게 적법한 절차와 깊은 숙고가 있길 희망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文 "10월 내 제정하라"…졸속 처리 논란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성윤 검찰국장. 오른쪽 세 번째는 김조원 민정수석. [연합뉴스]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성윤 검찰국장. 오른쪽 세 번째는 김조원 민정수석. [연합뉴스]

인권규칙안은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조속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10월 내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며 "심야 조사와 부당한 별건 수사 금지 등을 포함한 '인권보호수사규칙'과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도 10월 안에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10월 내 제정을 목표로 한 법무부가 졸속으로 인권규칙안을 공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40일 이상 입법예고를 하지 못하는 '특별한 사정'은 대통령의 지시 이외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인권과 검찰 수사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을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령인 인권규칙안은 장관 대행인 김오수 차관의 서명만 있으면 즉시 시행할 수 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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