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당해봐야 정신 차리나” 한남3 입찰보증금 4500억 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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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인 ‘한남3(용산구)’과 ‘갈현1(은평구)’에 대해 대규모 ‘시공사 입찰 비리 특별점검’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비리 의혹이 점검 결과 사실로 인정되면 조합들이 건설사들의 입찰보증금을 최대 5500억원까지 몰수할 수 있어 관심이 쏠린다.

국토부, 내달 입찰비리 특별점검 #“갈현1구역서 최저 이주비 보장” #현대건설 1000억 몰수 당할 위기

28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용산구·은평구에 따르면 국토부 등은 이르면 11월 초 한남3과 갈현1에 대한 관련 특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비사업 비리를 대표적인 생활 적폐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국토부 등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점검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박진호 국토부 주택정비과 서기관은 “관련 비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선례를 만들겠다는 각오”라며 “점검 결과에 따라 직권으로 입찰을 무효로 하거나, 형사고발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내에선 “건설사들이 임직원을 감옥에 보내고 싶은 건가” “수년간 입찰 제한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려는 건가” 등의 험한 말이 돌고 있다.

국토부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건 2017년 9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시공사 선정 당시 비리 논란(‘이사비 7000만원 지원’ 제안 등)이 크게 불거진 이후 또 한남3과 갈현1에서 유사한 논란이 일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부는 이사비 지원 등의 제안을 무효로 하고 “관련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대책을 대거 쏟아낸 바 있다.

건설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이번 점검으로 의혹들이 사실로 인정되고 이에 따라 조합이 입찰 보증금 몰수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 들어 조합이 입찰 비리를 저지른 건설사로부터 입찰 보증금을 몰수하는 사례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한남3 조합은 지난 18일 1조9000억원(예정) 규모의 시공사 입찰을 받았다. 현대건설과 GS건설·대림산업 등이 참여했는데, 관계법령을 어긴 것으로 의심되는 제안서를 제출해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반 분양가 3.3㎡당 7200만원 보장(GS건설) ▶조합원 분담금 입주 1년 후 100% 납부(현대건설) ▶공공임대 0가구(대림산업) 등이다. 만일 이런 제안들이 불법으로 인정되면 한남3 조합은 건설사들이 납부한 입찰보증금 4500억원(각 1500억원)을 몰수할 수 있다.

갈현1에선 이미 특정 건설사의 입찰보증금 몰수가 가시화됐다. 조합은 지난 11일 9200억원(예정) 규모의 시공사 입찰을 받은 이후 26일 현대건설을 상대로 입찰보증금 1000억원 몰수·입찰 무효·입찰 참가 제한을 의결했다. 현대건설이 불법적으로 설계도면 누락, 최저 이주비 보장 등을 제시했다는 게 조합의 주장이다. 현대건설은 이에 대해 “적법하고 정당한 제안이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 입찰을 다시 받을 계획이다.

앞서 2016년 인천 부평구 청천2 재개발 사업장이 건설사 2곳으로부터 입찰보증금 200억원(각 100억원)을 몰수하며 주목받은 적 있다. 정비사업 비리 전문가인 김상윤 저스티스파트너스 대표는 “한남3 등에서 건설사들이 거액을 날리게 된다면 강력한 재발 방지 효과를 거둘 전망”이라며 “건설사의 비리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리를 저지르면 큰 금전적 손실을 본다’는 사인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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