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당 무기력증 상당부분 이해찬 대표 책임…리더십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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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상조 기자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상조 기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론들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 때 당 지도부의 안이함을 질타하며 ‘이해찬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철희 의원은 26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대해 “조국 정국 이후 당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고 있다”며 “이렇게 민주당이 무기력해진 책임의 상당 부분이 이해찬 당대표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내부 분열로 가면 안 된다는 분위기 때문에 의원들이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지도부가 너무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원직을 던질 각오도 돼 있기 때문에 할 말은 하겠다”며 “지금 당대표를 비판하지 않으면 누구를 비판하겠느냐”고 했다.

이 의원은 같은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선 “공천이나 정치나 다 낡은 문법에 길들어 있다. 제가 우리 당에 갖는 가장 큰 불만이 그것이다. 노쇠하고 낡았다”며 “특히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당이 대통령 뒤에 숨는 것이다. 너무 비겁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해찬 대표를 지목해 “우리 당대표가 워낙 경험이 많은 분이어서 안정감은 있지만, 역동성은 떨어진다”며 “국민과 같이 가는 정당이라면 보완하는 노력은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지금 거의 없다. 오히려 총선을 여러 번 치르면서 ‘내가 해봐서 안다’는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30대 의원 국회에 들어와야 ‘386’기득권 물갈이 가능”

이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유권자들이 설마 지질한 야당에 표를 주겠느냐고 생각해온 게 사실이다. 이제는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졌다. 당에서도 위기의식이 생겼다”면서 “과거 선거를 보면, 우리 국민이 심판할 때는 회초리를 무섭게 든다. 적당히 드는 게 아니고. ‘앵그리 보터(angry voter·성난 투표자)’가 많아서, 어디로 화를 분출해야겠다 생각하면 무섭게 한다”고 내년 총선을 우려했다.

이어 “만약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다 밀어줬는데 너희들이 이것밖에 못 해?’ 하며 회초리를 들 수도 있다”며 “이번 사태를 예방주사로 생각하고 심기일전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정치 개혁을 위한 공천 해법에 대해 이 의원은 “선거제도 바꾸고 개헌도 하고, 시작은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20~30대가 스무 명만 민주당에 들어오면 달라진다”면서다.

그러면서 “다른 당에서도 따라올 테고, 그렇게 20~30대 의원이 서른 명만 되면 국회가 역동적, 미래지향적으로 간다”며 “‘386세대’는 사회적으로 장기집권했다. 20~30대가 사회적 룰을 짜는 국회에 들어와 세대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때 ‘386’ 위주의 기득권 구조 깰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물갈이를 넘어 판갈이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선 “지금 바닥에서부터 자성이 일어나고 있다. 곧 수면 위로 분출할 거다. 일종의 정풍운동, 새물결운동 같은 바람이 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당 내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지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제가 불출마를 발표하기 전에 표창원 의원에게 ‘그만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표 의원도 ‘심각히 고민 중’이라고 하더라. 제가 발표하고 나자 자신도 결심했다고 말하더라”라고 전하며 “당내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출마 안 할 분이 얼추 계산해도 20명 가까이 될 거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뒤 계획을 묻자 이 의원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 너무 야심차게 들리겠지만, 100년 뒤에도 읽힐 만한 책 한 권 쓰고 싶다”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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