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비자금 항소심 "1심 판단 적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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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1부(이인재 부장판사)는 21일 회사 돈 28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두산그룹 박용오(69).박용성(65)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80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박용만(51) 전 부회장에게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대주주 이자대납, 분식회계 등 피고인들의 혐의 사실에 대한 원심(1심)의 사실인정과 증거판단은 정당하며, 법리를 오해한 측면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항소심은 양형(量刑)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원심 판단이 적정한 범위 내에 있으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원심의 선고형은 양형에 관한 합리적 재량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의 횡령으로 주주에 대한 실질적 피해가 없었고, 비자금 일부는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된 데다 횡령액이 모두 상환된 점, 피고인들이 각종 사회 활동으로 국익에 기여한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됐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검찰은 지난해 7월 "박용성 회장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박용오씨 측의 진정으로 수사에 착수, 11월 총수 일가와 계열사 사장 등 1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뉴스 분석] "재벌 사건 무리한 도식화 곤란" 의지 표현

두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항소심 재판 결과가 관심을 끌었던 것은 올 2월 이용훈 대법원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던 1심 재판부를 강하게 질책했기 때문이다. 이 대법원장은 당시"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란 비판과 함께 "이 대법원장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벌의지를 강조했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가 형량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장인 이인재 부장판사는 "재벌 관련 사건이라도 내용이 다르면 같은 부류로 취급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 없이 도식화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횡령이라도 금액만을 기준으로 할 수 없으며 과정과 기간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사실관계에 기반한 판결을 '재벌 봐주기 판결'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장혜수.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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