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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2色…경찰 '내부결속?' VS 검찰 '정면돌파?'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뉴스1]

검찰과 경찰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안)에 오른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팽팽한 기 싸움 중인 상황에서 20대 국회 막바지 양측의 전략이 상대적이다. 경찰청은 본청 내 간부들에게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최신 동향을 소개하며 내부결속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검찰은 경찰수사에 대한 검찰의 사법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최근 국회에 제출하는 등 정면돌파 분위기다.

이번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수사는 경찰에게, 기소는 검찰에게’다. 수사·기소의 분리다. 70여년 만에 검찰에게서 수사 권한을 되찾아오려는 경찰로서는 패스트트랙 처리에 그만큼 관심이 높다. 자연히 검찰 입장에서는 오히려 조정안이 경찰에게 주기로 한 수사 권한(수사 종결권까지 포함)의 축소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민갑룡 경찰청장. [뉴스1]

민갑룡 경찰청장. [뉴스1]

"관료→국민사법 흐름 담긴 보고서" 

25일 경찰에 따르면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경찰청 고위 간부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연구원이 발간한 「검찰-법원개혁 함께 추진할 ‘제2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구성 논의 제안」보고서를 언급했다. ‘형사사법 개혁이라는 전체 틀에서 수사권 조정은 (개혁의) 일부분’이라며 ‘단편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관료 사법에서 국민 사법으로 흐르는 내용이 담긴) 최근 연구 동향을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취지로 소개했다고 한다.

A4 용지 8장 분량의 보고서의 핵심은 현 형사사법 제도가 국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미법계 국가처럼 법률로 수사·기소권을 완벽히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풀어냈다. 현재 경찰이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안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권 보호 차원에서 검사·경찰이 국민에게 (형사사법) 권한의 행사가 아닌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 등도 덧붙였다. 다만 민주연구원은 연구원 공식견해가 아닌 “연구자의 의견”임을 밝혔다.

'당정청+경 VS 검' 묘한 구도 속 여론전 

간부 회의 이후 수사권 조정문제를 다루는 주무부서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보고서를 고위 간부들에게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5월 경찰권력 비대화 우려를 통제하기 위한 경찰개혁안을 논의한 바 있다.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면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것이라는 비판에 따른 자리였다. 이후 경찰 조직 안팎에서는 수사권 조정안 문제를 놓고 ‘당정청+경 대 검’의 구도가 짜였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묘한 연대 기류를 바탕으로 경찰이 여론전에 힘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검찰청. [뉴스1]

대검찰청. [뉴스1]

검찰, "검사의 사법통제 필요하다" 

대검찰청은 앞서 지난 17일 국회에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검사와 사법경찰관을 수평적 협력관계로 규정한다고 해도 검사의 사법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수사권 조정안에 검사의 보완수사·시정조치 요구에 경찰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따르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발 나아가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이 검토해야 하고, 경찰청장·지방경찰청장은 사법경찰이 아닌 행정경찰이기 때문에 수사 업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고 한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 처리를 앞두고 벌어지는 검찰개혁 와중에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것’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왔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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