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 못지않은 패션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종상 레드 카펫은 새로운 스타일을 원했다'.

제43회 대종상 영화제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현장. 레드 카펫을 밟은 '패션 아이콘' 여배우들의 패션 경쟁도 치열했다. 영화제에서 스타가 어떤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나왔는지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대. 대종상의 영광을 함께한 배우들의 패션 경향을 분석했다.

◆ 롱 드레스와 미니 드레스의 공존=기존의 우아함을 내세우거나 섹시함을 강조하는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에서 탈피한 여배우들의 드레스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김아중.최정원.이요원 등이 시도한 미니 드레스가 대표적이다.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미니 드레스는 여배우들의 늘씬한 각선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김아중.최정원은 허리에 굵은 벨트를 매치해 날씬한 허리를 강조, 긴장감을 유지했다. 이요원이 시도한 로 웨이스트(허리선이 낮은 스타일) 미니 드레스는 짧은 길이로 인해 자칫 늘어져 보일 수 있었지만 소녀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여성스러운 우아함의 대명사인 롱 드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왕의 남자'에서 장녹수 역으로 호평받은 강성연은 광택이 있는 새틴 소재에 목걸이와 팔찌 등 액세서리를 생략해 도시적인 세련됨을 자랑했다. 공인된 최고의 패션 아이콘 김혜수도 새틴 소재의 장식이 거의 없는 롱 드레스로 특유의 섹시함과 우아함의 조화를 이뤘다.

주된 색조는 역시 블랙과 화이트였다. 여기에 같은 모노톤인 회색과 포인트 컬러인 레드가 동시에 등장했다. 여배우들 손에는 예외없이 손에 들고다니는 클러치백이 들려 있었고, 목걸이 등 액세서리의 최소화도 눈에 띄는 경향이었다.

◆ 클래식 스타일의 재해석=여배우들의 드레스 길이가 짧아졌다면 남자 배우들의 실루엣은 슬림해졌다. 여기에 격식은 유지하면서 아방가르드(전위적)한 요소의 조화를 시도해 진부함을 떨쳐버린 남성 배우들의 스타일도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정재의 얇은 회색톤 커머번드(예복에 벨트 대신 허리를 조여주는 천)와 마치 스카프를 연상시키는 길이의 나비넥타이를 시도한 류승범의 스타일이 대표적이다. 넥타이를 맨 남성 배우들이 거의 보이지 않은 점도 이채로웠다.

조도연 기자

도움말=최희승 스타일리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