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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2억 뛰어…“요즘 과천 전셋값 미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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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경기 과천시 전경 [사진 과천시]

경기 과천시 전경 [사진 과천시]

지난해 말 경기 과천시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 전용 59㎡ 전셋집을 구한 회사원 김근형(가명·35)씨는 24일 기자에게 “요즘 과천시 전셋값이 미쳤다”며 “반년만 늦었어도 몇억원을 더 주고 집을 구할 뻔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단지 해당 주택형의 전세 실거래가는 1년가량 사이 6억5000만원에서 8억3000만원으로 2억원 가까이 치솟았다.

7월부터 누적 전셋값 상승률 9% 넘어 #당해지역 1순위 청약 경쟁률 낮아 인기↑ #매물 ‘씨’ 말라…위장전입 극성도 #전문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최소화해야”

경기도 과천시의 전셋값이 폭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 분양’ 대기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과천시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8% 상승하며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 7월 8일 이후 16주 연속 상승세이기도 하다. 7월부터 현재까지 누적 상승률은 9.14%에 달한다.

감정원은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외부 수요가 유입되고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 연장 등을 해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천에 세입자가 몰리는 이유가 뭘까. 과천은 준강남으로 꼽히는 인기 지역인 데다 서울 강남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해 해당 지역 청약 경쟁률이 낮기 때문이다. 현행 청약 제도는 당해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에게 1순위 우선권을 주는데, 과천시는 인구가 5만8000명가량(1순위 청약통장 1000개가량)으로 적어 경쟁률이 크게 낮다. 실제 2018년 이후 분양한 5개 단지에서 1순위 당해지역 청약은 전부 미달됐다.

현재 과천시에서 과천주암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지구 등이 7500가구가량의 분양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 공급하는 ‘푸르지오 벨라르테(504가구)’의 경우 지난 7월 과천시가 분양가를 3.3㎡당 2205만원으로 결정하자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원가 수준에도 못 미쳐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분양 일정을 중단했고, 이달 18일 과천시에 분양가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또한 7000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도 계획돼 있다. 과천 신도시 조성 사업은 이달 15일 공공주택지구 지정 고시를 마쳤다. 2020년 하반기 지구계획 승인, 2021년 말 주택 공급 예정이다.

전세 수요가 몰리다 보니 매물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과천시의 이종림 공인중개사는 “한마디로 전세 씨가 말랐다”며 “오피스텔과 빌라 전세도 드물다”고 말했다. 매물 부족 현상으로 위장 전입이 극성을 부리기도 한다. 과천시는 올해 말까지 위장 전입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동환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당분간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상승 속도는 둔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등 다른 인기지역 전셋값도 고공행진=서울에서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안 시행을 앞두고 로또 분양을 노리는 대기 수요 증가 등에 따라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9% 상승하며 17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내년까지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강동구는 4주 연속 하강 곡선을 그렸다.

많은 전문가는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하고 전셋값 상승 등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규제를 도입했으니 적용 대상을 최소화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서울 등 인기 지역의 도심에서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초고밀화 개발을 하는 등 공급을 확대해야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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