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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제사상 첫 술잔 올린다, 진보성향 구미시장 결정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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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정희 대통령 [중앙포토]

고 박정희 대통령 [중앙포토]

TK(대구·경북)의 유일한 진보 진영 출신 단체장인 장세용(더불어민주당)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제사상에 첫 술잔을 올린다. 박 전 대통령의 추모제에 참석, 초헌관(제례에서 첫 술잔을 올리는 사람)을 맡기로 하면서다.

26일 경북 구미 생가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제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구미시장 초헌관 맡기로 #"박 전 대통령 경제 살리기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TK유일 진보 단체장…지난해엔 추모제 불참

경북 구미시는 24일 "장 시장이 '박정희 대통령 40주기 추모제·추도식'에 참석해 공식적으로 초헌관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추모제는 오는 26일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다.

장 시장의 초헌관 결정은 이례적이다. 그는 시장이 되고, 처음 맞은 지난해 추모제에 불참했었다. 그동안의 전통을 깬 행보였다. 통상 추모제의 첫 술잔은 구미시장이 초헌관으로서 올리는 게 전통처럼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구미는 박 전 대통령 고향이다. 박정희 도로. 박정희 체육관까지 있다. 고향 구미를 대표하는 단체장이 초헌관을 맡는 게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장 시장은 추모제 불참 직후 "민간 주도 행사(추모제)에 너무 큰 의미가 담겨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불참 배경을 전했다.

장세용 구미시장. [중앙포토, 구미시]

장세용 구미시장. [중앙포토, 구미시]

장 시장의 당시 추모제 불참은 '박정희 흔적 지우기' 논란을 불렀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장 시장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생가 주변에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자유한국당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장 시장을 대신해 지난해 추모제 초헌관을 맡았다.

올해 추모제는 김교언 도산서원 선비문화전통예절지도사가 집례를 맡는다. 초헌관은 장 시장이, 아헌과 종헌은 각각 자유한국당 김태근 구미시의회 의장과 전병억박정희 대통령생가보존회 이사장이 맡는다. 아헌은 제례에서 두 번째로 잔을 올리는 것을, 종헌은 마지막 술잔인 세 번째 술잔을 올리는 것을 뜻한다.

장 시장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추모제 참석 배경에 대해 입장을 전했다.

그는 "정치적인 부분을 떠나 올해는 구미공단 50주년이다. 공단 역사 등을 볼 때 박 전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는 긍정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을 보수 상징 같은 느낌으로만 봐서 안 된다. 지역사회 분열 측면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미다. 그분 역시 실용주의적인, 혁신가적인 면이 있었다고 본다. 실용주의적 입장으로 그 분의 업적 등을 바라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소신이나 역사관은 바뀌지 않았다. 43만 구미시민의 소통·통합·화합을 위한 결정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구미시장 사퇴 시위. [연합뉴스]

구미시장 사퇴 시위. [연합뉴스]

장 시장의 추모제 참석 결정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박정희 흔적 지우기'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근 장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을 뺀 홍보영상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사정은 이랬다. 지난달 18일 구미시는 구미 공단 50주년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빼고 진보성향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만 등장시킨 홍보 영상을 틀었다. 구미 공단 설립은 박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

이 홍보 영상에 반발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구미시청 앞에서 장 시장 등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던 중이던 지난달 25일 시위 현장에 장 시장이 나타났고, 그러자 흥분한 일부 회원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손에 든 국기 깃대로 장 시장의 머리부위를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구미=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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