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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황교안 계엄문건 연루 의혹은 많이 나간 주장…낡은 정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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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병무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병무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내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탄핵 정국 당시 군(軍) 계엄령 선포 논의에 관여했다는 의혹 공세를 “낡은 정치 문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제1야당의 대표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려면 더 신중하게 따져보고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해 7월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처음으로 공개했던 사람이다. 그는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국회의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나와 ‘황 대표 연루 의혹이 제기된 계엄 문건을 어떻게 보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문건은 아마 있었던 문건일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그렇게까지 끌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 그것은 낡은 정치 문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국가안전보장회의(NSC)라는 표현 때문에 당시 NSC 의장 대행이던 황 대표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것인데, 조금 많이 나간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시민단체는 으레 좀 과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공당이 제1야당 대표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려면 더 신중하게 따져보고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얘기를 하면 우리 당에서 할 얘기가 아니라고 뭐라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NSC에서 이 문제(계엄령)를 거론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계엄 문건은 탄핵이 기각됐을 때 실행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으로, 탄핵이 인용돼 실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계엄 문건은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기각했을 때 들고 일어나는 민심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의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런데 인용 돼버렸기 때문에 실행할 계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의원들 수준에서 문제 제기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그렇게까지 끌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그것은 낡은 정치 문법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이 아니더라도 야당이나 야당 대표에 대해서 문제 제기할 것은 많다”고 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계엄령 문건은 충격적"이라며 "국방부와 검찰에 신속히 해당 문건의 진위를 밝힐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계엄령 문건은 충격적"이라며 "국방부와 검찰에 신속히 해당 문건의 진위를 밝힐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뉴스1]

이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민주당 지도부와도 온도 차가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방부와 검찰에 요청한다. 신속히 해당 문건의 진위를 소상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최근 황교안 대표가 일 잘한다고 극찬한 검찰 입장은 계엄령에 대해 전혀 보고받지 않았다는 황 대표 주장과는 다르다”며 “언론이 한차례 보도한 것을 보면 검찰이 전시계획 문건 수사하면서 황 대표가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형석 최고위원은 “황 대표는 군인권센터 폭로에 대해 계엄령의 ‘계’자도 못들어 봤다고 했는데 국민은 ‘계’자만 들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며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국당이 불법적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유린한 독재정권 잔당임이 명백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당 자체적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편 이철희 의원은 최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열정이 소진돼서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형태로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게 제 소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와서 도와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개인적인 영광으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답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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