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죽인 ‘이·기·지 트리오’ 언제쯤 날아 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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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현재의 한국 축구대표팀 구심점은 1992년생들이다.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 이재성(홀슈타인 킬)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27살 동갑내기가 명실상부 대표팀 간판이다.

이, 훈련 복귀에 실전 컴백 초읽기 #기, 감독 교체로 벤치 시간 늘어 #지, 무릎 부상 탓 연말까지 재활 #국내 유턴에는 모두 “시기상조”

올 시즌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보훔 이청용. [보훔 소셜미디어]

올 시즌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보훔 이청용. [보훔 소셜미디어]

이들에 앞선 대표팀 중심은 1989년생들이었다. ‘쌍용’으로 불렸던 기성용(30·뉴캐슬)과 이청용(31·보훔), 그리고 구자철(31·알가라파), 지동원(28·마인츠) 등은 1992년생들에겐 ‘형님 세대’다. 최근 이들 중 유럽파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저마다 이유로 위기를 겪기도 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대표팀까지 은퇴하고 소속팀에 전념하려던 기성용은 사령탑 교체 이후 시련을 겪고 있다. ‘기술 축구의 대가’로 불리는 라파엘 베니테스(59·스페인) 전 감독과 함께 했던 지난 시즌엔 19경기(컵대회 포함)에 출전하는 등 나름대로 인정받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 상황이 급변했다.

올 시즌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뉴캐슬 기성용. [AFP=연합뉴스]

올 시즌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뉴캐슬 기성용.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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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테스 감독이 떠나고 스티브 브루스(59) 감독이 부임하면서 기성용의 팀 내 입지가 눈에 띄게 좁아졌다. 브루스 감독은 몸싸움에 능하고 활동량이 좋은 중앙 미드필더를 선호한다. 기성용보다 구단 유스 출신인 션 롱스태프(22)와 매슈 롱스태프(19) 형제를 중용하고 있다. 올 시즌 기성용은 세 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선발은 한 차례였다.

기성용의 거취에 변화를 가져올 변수는 ‘감독’이다. 최강희(60) 상하이 선화 감독을 밀어내고 중국 프로축구 다롄 이팡 사령탑에 오른 베니테스 감독이 기성용 영입을 강력히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나. 뉴캐슬은 시즌 초반 9경기 2승(2무5패)에 그치고 있다. 강등권인 18위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브루스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말이 구단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이청용은 부상을 딛고 출전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8월 함부르크와 3라운드 원정경기를 치르던 중 오른쪽 무릎 인대를 다쳐 두 달 이상을 ‘개점휴업’ 상태로 보냈다. 현재 팀 훈련에는 복귀했다. 공식 경기 컴백만 남겨둔 상태다. 팀도 이청용 복귀를 손꼽아 기다린다.

소속팀 보훔은 시즌 초반 10경기에서 1승(6무3패)에 그치며 18팀 중 16위로 처져 있다. 지난달 초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로빈 두트(54) 감독이 물러났고, 토마스 라이스(46)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 이청용의 팀 내 입지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청용은 지난 시즌 공격형 미드필더, 윙 포워드, 최전방 공격수까지 공격 지역 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등 ‘만능’으로 인정받았다.

올 시즌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마인츠 지동원. [마인츠 소셜미디어]

올 시즌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마인츠 지동원. [마인츠 소셜미디어]

지동원은 안타깝지만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는 5월 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나 마인츠와 3년간 계약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에 나섰지만, 7월 프리시즌 연습경기 도중 왼쪽 무릎 연골을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의료진은 정밀 검진 끝에 “3~5개월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다”고 진단했다. 구단은 일단 올해 말까지 재활을 마치고, 내년부터 지동원을 실전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근 2년간 네 번이나 무릎을 다쳐 재활 과정이 다소 조심스럽다는 뒷말이 들린다.

유럽 무대에서 이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을 보는 팬들은 이른바 ‘이(청용)기(성용)지(동원) 트리오’가 국내에 복귀해 모처럼 흥행에 불이 붙은 K리그에 ‘기름’을 부어주길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세 선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유럽 무대에서 아직 도전할 과제가 남아 있으며, K리그 복귀는 그 이후 고민할 문제라는 것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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