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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감사’가 남긴 법사위 국감 세 장면, X신·수사방해·장관無

중앙일보

입력

21일 끝난 올 국정감사가 ‘조국 감사’로 예고됐을 때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야 대치의 최전선이었다. 소속 위원이 “하루도 부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정도다. “역대 최악의 ‘정쟁의 장(場)’”이었다는 얘기까지 나온 법사위 국감의 ‘A부터 Z’까지를 세 가지 장면으로 정리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의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본인이 피고발인인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해 송삼현 남부지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머리에 손을 댄 채 심각한 표정으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의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본인이 피고발인인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해 송삼현 남부지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머리에 손을 댄 채 심각한 표정으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①‘X신’ 국감=지난 7일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국감에서는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 “X신”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김종민 민주당 의원을 향해 혼잣말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켜진 마이크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비난을 받았다. 이 욕설은 여 위원장이 국감에 출석한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에게, 본인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이 국회법 165·166조(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대거 고발된 지난 4월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 지정 과정의 물리적 충돌 사건 수사와 관련해 “순수한 정치문제다. 사법 문제가 아니다. 철저하게 수사할 건 하고, 수사하지 말아야 할 것은 수사하지 말아야 하고 이게 진정한 용기 있는 검찰”이라고 말한 뒤에 나왔다. 김종민 의원이 “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반발하자 나온 격한 감정의 표현이었다.

당일 사과하긴 했지만, 민주당이 이튿날 여 위원장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비판이 이어지자 여 위원장은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앞에서 신상 발언을 통해 “당시 패스트트랙 상정 가결은 국회법 48조 6항(임시회 중 상임위원 사·보임을 금지한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법”이라며 “야당 입장에서는 거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행위였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측이 항의하자, 윤 총장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쓴웃음을 짓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윤 총장은 “그런 내용에 대해서, (한국당 의원들이) 소환에 응하진 않더라도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서를 내주면 사건 진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사법·수사방해’ 국감=지난 14일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국감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에게 청구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설전을 벌였다. 이 내용을 두고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마이크를 잡은 의원은 9명이나 됐다. 한국당에서는 “요설과 궤변 같은 기각 사유를 열거하며 누군가를 비호하는 듯했다”(주광덕 의원)며 명 판사를 증인으로 부를 것을 주장했고, 민주당은 “국감을 빌미로 재판에 압력을 넣거나 개입해서는 안 된다”(표창원 의원)고 반발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이철희 의원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예전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는 우리가 ‘사법부의 수치’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조 전 장관 동생 구속영장이 기각되니까 야당이 ‘사법부의 수치’라고 하더라. 정말 한심했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발언도 수위를 넘나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국감에서는 송경호 3차장검사를 향한 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있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 관련한 법무부 해명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3차장이 말했다고 보도됐다. 사실이냐”고 몰아세웠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검찰이 조사도 안 하고 기소를 했다. 수사해서 (공소장을) 쓴 거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지난 17일 대검 국정감사에서는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이 “정(경심) 교수는 소환도, 조사도 안 하고 기소했다”고 하자, 윤 총장이 말을 끊고 들어와 “국감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느 특정인을 여론 상 보호하시는 듯한 그런 말씀을 자꾸 하시는데, 제가 지금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반박한 일도 있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법제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법제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스1]

③‘장관 없는’ 국감=법무부 국감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김오수 차관이 장관대행 자격으로 국감에 출석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21일 종합감사에서는 장관대행이긴 하지만 차관이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는 답변이 주목받기도 했다. 김 차관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그렇게 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김도읍 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차관으로서는 정부 방침이니까, 차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죠”라고 답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이 법무부 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은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의 과거 트위터 ‘막말’을 지적하면서 “검찰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카운터파트(counterpart·상대)인 제1야당에 대한 혐오감을 가진 아주 부적절한 인사다. 인사조치를 하라”고 하자, 김 차관은 “상황과 경위를 살펴보겠지만, (제가) 직무대행이라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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