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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시장경제 공유 韓美 21세기 신동맹 선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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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조지타운대, 서울국제포럼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한.미동맹 50주년 세미나'가 지난달 26일 서울에 이어 1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미국 내 동북아 문제 전문가 50여명이 참석했다.

커트 켐블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북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끊임없는 대화와 협조관계를 맺어가지 않는다면 한.미관계는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한국처럼 정치.경제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제 북한보다 오히려 미국을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CSIS의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1996년의 미국-일본 신동맹 선언처럼 한국과 미국도 국방 문제를 넘어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차원에서의 21세기 신동맹 선언을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다음은 세미나 미국 측 참석자이자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과의 인터뷰다.

-가장 성공적인 동맹으로 여겨져 왔던 한.미동맹이 요즘 들어 흔들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클린턴 정부 때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은 같았다. 북한 조명록 차수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간의 회담도 이뤄졌다. 하지만 햇볕정책과 제네바 합의에 부정적인 조지 W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북핵 문제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미 간의 의견차도 생겼다. 노무현 대통령은 젊은층의 반미 성향을 감안해야 했을 것이다. 게다가 비극적인 여중생 사건이 터졌고, 주한 미2사단의 후방배치 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盧대통령 정부는 반미 감정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있고, 부시 대통령은 일방주의 외교로 다른 나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盧대통령은 지난 5월 워싱턴에 왔을때 부시-DJ 회담 때처럼 냉랭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앞으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해내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는 이미 현실에서 적잖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탈냉전 시대에도 한.미동맹은 반드시 필요한가.

"북한의 위협이 명백한 이상 한국은 미국이 필요하다. 미국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한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문제는 남북한이 통일된 이후다. 중국이 힘을 계속 확산해 동북아의 패자가 되는 상황이나 일본이 미국의 동맹 틀을 벗어나 독자 행동을 할 가능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한국은 결국 미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할 것으로 본다."

-한국은 이라크에 추가 파병을 해야 하는가.

"이라크가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국가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너무 의지하는 게 아닌가.

"중국은 반드시 미국의 적일 필요는 없으며 라이벌 또는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 너무 기대는 것은 문제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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