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서울서 타는 경춘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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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돌아온 휴일. 작정하고 떠나는 휴일 나들이도 꽉 막히는 도로 사정을 생각하면 겁부터 난다. 당일치기 기차 나들이 코스를 뽑아봤다. 서울에선 경춘선 타고 춘천에 갔다 왔다. 부산에서 동해남부선을 타고 간 경북 안강에선 옛 선조들의 정취를 느꼈다. 광주에서 기차를 타고 두시간만 달리면 보성 차밭이 펼쳐진다.

"조금은 지쳐 있었나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 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중략)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중략)…."

서울에서 북한강 줄기를 따라 '호반의 도시' 춘천까지 이어진 경춘선.

가수 김현철이 부른 '춘천 가는 기차'의 노랫말처럼 춘천행 열차는 많은 이에게 단순한 기차 여행 이상으로 다가온다. 쳇바퀴 돌 듯 답답한 일상 속에 갇힌 사람들을 포근하게 보듬는, 그런 여정으로. 아니면 역마다 철길마다 추억 한두 개쯤은 넉넉히 받아주는 낭만 가득한 여로이기도 하다.

경춘선의 매력은 무엇보다 어느 한 곳도 놓치기 아까울 만큼 열차 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아름답고 아기자기하다는 것. 조금만 서두르면 해질 무렵이면 돌아올 수 있을 만큼 서울에서 가까운 것도 큰 장점이다.

"요즘엔 성북역을 지나자마자 황금 들녘과 농촌의 평화로운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청량리열차사무소 장두연 차장.'열차 승무원과 떠나는 낭만과 추억의 기차여행'저자)

여기에 춘천까지 가는 중간 중간마다 대성리.청평.강촌 등 대학생들의 MT장소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들도 끝없이 이어져 있다. 대성리.청평에선 늦가을까지도 보트나 수상스키 등 각종 수상 레포츠를 만끽할 수 있다.

경춘선의 대표적 관광지인 강촌역 주변엔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 있다. 잠시 짬을 내 자전거를 빌려 인근 구곡폭포까지 막힘 없이 달려보자.

장석환 강촌역장은 "요즘은 역 앞 삼악산과 검봉산에 오르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며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을 간직한 등선폭포를 둘러보기도 좋고 삼악산 정상에서 의암호와 춘천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종착역인 춘천에서도 가볼 만한 곳이 적지 않다. 맨 먼저 꼽히는 곳은 소양호. 혹 시간을 넉넉하게 챙기고 왔다면 인제와 양구로 이어지는 뱃길 여행도 해볼 만하다. 춘천역 앞에 댐까지 가는 버스가 항상 있다. 역에서 한 20분쯤 산책 삼아 걸으면 공지천 유원지를 만난다. 분수대와 조각공원으로 꾸며져 있는 공원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좋고 연인.가족과의 뱃놀이도 괜찮다. 출출해지면 매콤달콤한 춘천 막국수나 닭갈비를 맛볼 수 있는 것도 춘천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춘천=표재용기자

여행쪽지=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춘천행 첫차는 오전 5시25분. 춘천발 서울행 막차는 오후10시20분이다. 청량리역~춘천역까지는 1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요즘 부쩍 잦아진 북한강의 물안개를 감상하려면 새벽같이 서둘러야 한다. 가을 단체 행락객이 많으므로 10일 전쯤 예약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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