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딸 묻으려던 인도 주민, 산 채로 매장된 신생 여아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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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한 신생아.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AP=연합뉴스]

인도의 한 신생아.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AP=연합뉴스]

인도에서 산 채로 매장된 신생아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15일 AFP통신과 인도 ANI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남성 히테시 시로히가 마을 묘지에서 토기에 들어있는 갓 태어난 여아를 발견했다.

당시 시로히는 출생 후 몇 분 만에 사망한 자신의 딸을 묻으려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가 삽에 토기가 부딪치자 지하 90㎝ 깊이에서 토기를 파냈고 그 안에서 울고 있는 갓난아기를 발견했다.

시로히는 “울음소리를 듣고 순간 내 아기가 되살아난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토기 안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아기를 구조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아기는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이다.

이후 현지 경찰은 이 신생아의 부모를 찾는 등 수사에 나섰다.

지난 1월에도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에서 3주가량 된 신생 여아가 산 채로 묻혔다가 발견됐지만 몇 주 만에 숨지기도 했다.

남아를 선호하는 인도에서는 특히 시골을 중심으로 불법 낙태와 여아 살해 등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집을 보낼 때 엄청난 지참금(다우리)을 내야 하는 관습 때문에 여아를 기피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아가 태어날 경우 아예 호적 신고를 안 하는 경우도 많다.

AP통신이 지난해 초 인도 정부의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도에 호적이 없는 여성의 수는 6300만명에 달한다.

지난 7월에는 북부 우타라칸드주 우타르카시 지역의 132개 마을에서 3개월간 남자 아기 216명만 출생 등록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2015∼2017년 기준 인도 남자 1000명당 여자의 비율은 896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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