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명 '그까이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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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식품은 설립 22년 된 중견 건강식품회사다. 통마늘진액.산수유.석류액 등 90여 가지 건강식품을 판다.

하지만 이 회사는 매장이 없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신문에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고객이 전화를 해오면 응답해 건강식품을 판다. 가격도 1개월분이 5만원 안팎으로 싼 편이다. 유통마진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그 비싼 신문 광고를 내가며 도대체 어떻게 이익을 내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날 판매 대금만으로는 광고비를 충당할 수 없죠. 한번 드셔본 고객들이 재구매를 하기 때문에 수익구조를 맞출 수 있어요."

김현주 기획실장의 말이다. 김 실장은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이 70% 정도"라고 덧붙였다. 건강식품의 재구매율이 어째서 그렇게 높을까? 바로 디지털의 힘이다.

천호식품의 고객은 30만 명 정도. 회사 측은 제품의 품질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품질만으로 그 많은 고객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 역삼동 799의 23 천호빌딩 3.4층에는 이 회사 고객센터가 있다. 전화 상담원(헬스플래너) 50여 명이 고객 30만 명과 접하는 곳이다. 고객이 많지만 고객이 이 회사로 전화하면 전화를 받는 상담원은 정해진 한 사람이다. 고객 6000명을 한 명이 너끈히 관리하는 것이다. 전화할 때마다 거의 같은 상담원이 전화를 받고 아는 척 하니 고객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천호는 컴퓨터.전화 통합 관리시스템(CTI)을 두고 있다. 홈쇼핑회사.은행.보험사 등 요즘 전화로 상품을 판매하거나 고객 관리를 하는 회사들은 다들 CTI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CTI를 갖췄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상담원이 매번 한 고객을 상담하는 것은 어렵다. 상담원에 비해 고객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천호는 그러나 한 고객의 전화는 반드시 한 상담원이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어떤 고객이 전화해 오면 단골 상담원의 전화로 연결되도록 자동응답시스템(ARS)을 구축해 뒀다. 그 상담원이 통화 중일 때는 다른 상담원이 받지만 아직 80~90%는 이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고 박경욱 사장은 말했다.

상담원들은 오는 전화도 받지만 고객에서 먼저 전화를 거는 적극적인 마케팅도 하고 있다. 이때는 반드시 자신의 고객에게만 전화한다. 고객이 건강식품을 주문하면 배달 완료되는 날, 다 먹는 날(제품 마감 주기), 각종 고객의 기념일 등이 컴퓨터에 입력된다.

상담원의 컴퓨터 화면에는 매일 그날 전화해야할 자신의 고객 명단이 어김없이 뜬다. 이를 보고 전화하며 끊임없이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다. 상담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으며 지도한다. 상담원들이 이 회사 제품만을 파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원하면 인터넷 검색 서비스, 꽃배달 서비스 등도 해준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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