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농약 안 쓸 수 없고…“ 귀농인이 숙지하면 좋은 이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55)

올해부터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라는 다소 생소한 제도가 시행이 되고 있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란 국내에 등록된 농약의 사용만 허용하고, 그 이외는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다. 농산물의 안전성을 위해 도입됐다. 농산물별로 등록된 농약에 한해 일정 기준 내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잔류허용기준이 없는 농약의 경우 일률적으로 0.01ppm을 적용한다. 0.01ppm 수준이면 거의 쓰지 못한다과 봐야 할 수치다. 이 제도는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2016년 12월 31일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되다 2019년 1월 1일부터 전면 실시됐다.

농약은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

올해부터 시행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는 소비자를 위한 안전한 먹거리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농민의 불만이 없지 않다. 허용 농약 가짓수가 적어 막상 사용하려면 쓸만한 것이 없다. [사진 pixabay]

올해부터 시행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는 소비자를 위한 안전한 먹거리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농민의 불만이 없지 않다. 허용 농약 가짓수가 적어 막상 사용하려면 쓸만한 것이 없다. [사진 pixabay]

‘농산물에 허용된 농약만을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은 농산물마다 맞춤형으로 처방된 약만 쓰라는 것이다. 소비자를 위한 안전한 먹거리 차원에서 시행된 제도라 긍정적이지만 당사자인 농민은 불만이 없지 않다. 허용 농약의 가짓 수가 적어 막상 사용하려면 쓸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병충해가 났을 때 굉장히 효과가 좋은 약이라고 소문이 나서 썼고, 실제 효과가 있었지만 정작 그게 허용 농약이 아닌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그 농작물은 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고 농약 잔류량을 엄격히 체크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가끔 다른 농장에서 날아온 농약 때문에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이런 의도치 않은 상황이 발생해도 구제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농민은 밭에 한가지 품종만 심는 게 아니다. 여러 작물을 섞거나 돌려 심기를 하다 보면 농약이 토양에 남아 있게 돼 검사할 때 잔존 농약으로 검출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 농약이 해당 작물에 등록되지 않았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의 수가 여러가지여서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물론 농가가 알아서 먹거나 판매하는 것이라면 상관은 없지만 친환경을 중요시하는 학교 급식이나 프리미엄 매장에 내는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귀농·귀촌인들 중엔 기껏 유기농으로 텃밭을 가꾼다고 고생했는데, 뭐하러 그렇게 손으로 풀을 뽑냐며 제초제를 확 뿌리고 가는 이웃 때문에 난감해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와 관련한 세미나가 있었다. 제도 시행에 관한 긍정 효과와 부정 효과를 논하는 자리였다. 그중 농약분쟁위원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제도 시행 과정에서 농민이 받는 경제적 불이익을 중재하고 해결해 주자는 것이다. 그외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농민에게 농약은 익숙한 단어이지만 도시인은 농약하면 먹으면 안되고 묻어도 큰일 날 것처렴 느껴진다. 농약이라면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중앙포토]

농민에게 농약은 익숙한 단어이지만 도시인은 농약하면 먹으면 안되고 묻어도 큰일 날 것처렴 느껴진다. 농약이라면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중앙포토]

요즘 농민들은 농약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유기농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농약’이라고 하면 부정적 인식이다. 농민에게 농약은 익숙한 단어지만 도시인은 농약하면 연상되는 게 농약은 먹으면 안 되는 것이고 묻어도 큰일 날 존재다. 무조건 안 좋다고 생각하고 그걸 왜 쓰냐는 인식이 크다. 게다가 농약통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막걸리통 비슷하다. 이는 외국인이 막걸리를 거부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농약통이나 세제통 같아서 그렇단다. 왜 맛있게 발효된 술을 농약통이나 세제통 같은데 담아서 파냐고 물어본단다.

농약이라고 하면 무조건 화학 물질이다, 나쁘다라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병충해를 잡으면서도 식물과 땅에는 도움이 되는 친환경 제품이 많이 늘었다. 농가에서 목초액이나 나무 진액 같은 것을 발효시켜 직접 만들기도 한다. 농약이란 결국 인간을 이롭게 하려고 만드는 것인데 거꾸로 환경을 파괴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친환경 약품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병충해를 잡으면서 식물이나 인간에게는 무해한 미생물을 활용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

다만 결국 돈이 문제다. 쓰고 싶어도 값이 비싸거나 여러 번 사용해야 하기에 비용이 많이 들어서 못쓴다. 과거 인류가 식품이 부족했을 때엔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값싼 화학물질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건강과 품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좀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기를 원하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귀농귀촌을 염두에 둔 사람은 ‘농약’ 보다는 ‘무농약’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귀농 생활을 하고자 한다. 그런 측면에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를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최선이다. 섞어짓기와 돌려짓기로 농사를 짓다 보면 농약이 섞여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는데 원래는 섞어짓기(윤작), 돌려짓기(혼작)를 하면서 농사를 지으면 약을 쓸 필요가 없다. 식물이 알아서 잘 자라는 생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농약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는 알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제도는 수입농산품에도 똑같이 적용이 되기 때문에 식품안전에 관련해서는 필요한 제도다. 그동안 수입농산물이 문제가 더 많았다.

쑥과 뽕잎은 친환경 농약제

뽕잎은 좋은 친환경 제초제 성분을 가지고 있다. 뽕잎을 먹는 동물은 누에하고 사람뿐이 없다. 뽕잎에는 모린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는데 다른 곤충은 뽕잎을 못 먹기 때문에 친환경 약제가 된다. [중앙포토]

뽕잎은 좋은 친환경 제초제 성분을 가지고 있다. 뽕잎을 먹는 동물은 누에하고 사람뿐이 없다. 뽕잎에는 모린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는데 다른 곤충은 뽕잎을 못 먹기 때문에 친환경 약제가 된다. [중앙포토]

무엇보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가 더 안전하고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농약 부족을 보완할 친환경약제 개발이 시급하다. 지금 허용 농약의 종류가 부족하다고 현장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친환경약제는 가까이 있다. 우리는 쑥을 좋아한다. 봄이 되면 들판이 온통 쑥밭이 된다. 쑥을 따서 떡을 해먹는데, 쑥이 친환경농약이다. 쑥 향은 다른 식물의 씨앗 발아를 억제를 한다. 다른 식물의 성장이 억제되기 때문에 쑥만 자라서 쑥대밭이 되는 것이다. 좋은 친환경 제초제 성분을 가지고 있다. 또 뽕잎도 그렇다. 뽕잎을 먹는 동물은 누에하고 사람뿐이 없다. 뽕잎에는 모린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는데 다른 곤충은 뽕잎을 못 먹는다. 그래서 친환경 약제가 된다. 이렇게 자연 생태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를 알면 진짜 농민이고 진짜 소비자이다. 농업 관련 제도에 관심을 갖는 만큼 식품 안전은 지켜지는 것이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