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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값 좀 오르면 안되나요?" 태풍에 멍든 하소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53)

이제 곧 한가위, 추석이다. 반가운 명절이 다가오니 이곳저곳도 바빠진다. [사진 pixabay]

이제 곧 한가위, 추석이다. 반가운 명절이 다가오니 이곳저곳도 바빠진다. [사진 pixabay]

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 도시도 농촌도 명절 준비로 바빴다. 추석을 앞두고 태풍과 가을장마가 다가와 결실은 좀 아쉽지만, 한가위니 너무나 반갑다.

추석의 농촌 풍경은 두 가지 모습이다. 농촌은 공급자이자 수요자다. 수요자 입장이 아닌 공급자로서 바라본 추석은 좀 우울했다. 원래 추석은 농산물 판매에서 대목이라 할 정도로 매출이 크게 일어나는 시기다. 올해도 추석 선물용, 제수용 상품을 포장해 택배회사에 보내고 곡물과 채소를 시장에 실어 나르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는 영 재미가 없다고 한다. 태풍이 오고 비가 내내 오니 사람들이 시장으로 오지 않았다고 한다. 시장에 손님이 없으니 판매자인 농어민이 내놓은 물건이 잘 팔릴 리 만무하다. 잠시 들른 서울 경동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시장 장사 30년 동안 올해가 최악이란다. 추석 전에는 날씨가 좋아야 사람이 드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올해는 추석이 일러서 그런지 선물 구매가 시원치 않다고 한다.

올 추석 시장 경기 30년래 최악

추석이 예년보다 2주 정도 빨랐다. 그러다 보니 지금 수확하는 것은 과일의 경우는 홍로 사과, 신고배와 같이 조생종은 이맘때 여무는 것을 선물용이나 제수용으로 만든다. 추석이 아무리 늦는다고 해도 10월 초인데 그때도 제대로 열리는 사과, 배, 감은 없다. 왜 이 시기를 추석이라고 하고, 추석 때 제수용으로 그런 과일을 올리는지 늘 의문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요즈음은 과일이나 햇곡식을 고집하지 않아 다행이긴 하다. 지금은 오히려 수입산 농수산물이 국산으로 둔갑해 시장에 풀리는 게 문제다. 소비자들은 가능하면 원산지 표시를 확인해 사는 게 좋다.

태풍 때문에 농민은 고민이 크다. 비는 크게 오지 않았으나 바람이 세차게 불어 과수원의 과일이 많이 떨어졌다. 비닐하우스는 지붕이 날아갔다. 지붕에 올라갔던 어느 할머니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도시는 다행이지만 농촌은 피해가 크다.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피해를 본 한 농가. [중앙포토]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피해를 본 한 농가. [중앙포토]

2010년 9월에 몰려 왔던 곤파스가 생각이 난다. 그때도 명절 전에 올라와 큰 피해를 주었다. 지금 따야 할 과일이 떨어져 버리고 상하게 되면 1년 농사는 끝이다. 시장에서는 명절 전에 풀려야 할 물건이 없어지니 난감하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현지인은 물론 귀농인은 이런 상황이 더욱 큰 난관으로 작용한다. 처음 해보는 농사인데 어찌어찌 대비해 보지만 밭작물이 망가지고, 논에 벼가 쓰러진다. 집이 혹시나 침수되면 복구 작업도 간단치 않다. 복구비용이 만만치 않아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귀농인은 암담하기만 하다.. 풍수해 보험을 들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만 보는 농산물 가격안정 대책 

뉴스에선 태풍이 쓸고 가면 과일이나 채솟값이 오른다고 걱정한다. 그래서 정부 당국은 추석 이후 물가 안정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그런데 의문이다. 가격 안정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일까. 소비자와 농민 모두 농산물 가격은 안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가격 안정은 소비자 입장에선 싸지는 것이지만 농민한테는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 차이를 뉴스에서는 말해 주지 않는다. 시장 원리에 따르면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당연히 올라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항상 꾹꾹 누르는 정책을 편다.

그래도 어찌 됐든 추석이다. 명절은 명절답게 잘 쉬고 잘 놀아야 한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법이다. 지난여름 그렇게 덥다고 했는데 벌써 가을이고 추석이다. 새벽엔 이불을 찾는다. 걱정은 한도 끝도 없으니 계절 따라 같이 흘러가며 지내면 좋겠다. 그러려고 자연을 찾아온 것이 아닌가. 다들 올 추석만큼은 근심거리 다 잊고 잘 놀고 잘 먹기 바란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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