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조사시간 2시간 40분···조서열람은 11시간 넘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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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비공개 소환된 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출입구 앞에 포토라인이 붙어있다. 최승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비공개 소환된 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출입구 앞에 포토라인이 붙어있다. 최승식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비공개로 소환돼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9시쯤 검찰에 출석한 정 교수는 오후 11시 55분쯤 청사를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15시간 중 정 교수가 조사를 받은 시간은 2시간 40분에 불과했다. 식사와 휴식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모두 조서열람에 할애했다. 조서를 들여다본 시간이 조사 시간보다 긴 것이다.

조서열람 11시간25분, 조사 2시간40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5일 정 교수를 불러 딸(28)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해 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캐물었다. 이날 정 교수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청사에 머물렀다. 변호인과 함께 검찰에 출석한 정 교수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조서를 열람하고 수정하기 위해 보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3일 받은 첫 조사의 조서를 열람했다. 1시간여의 점심시간을 제외한다고 해도 꼬박 6시간 동안 조서를 확인한 것이다. 정 교수는 첫 소환조사 때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조사를 일찍 중단한 바 있다. 당시 실제 조사 시간은 약 5시간에 불과하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출근하기 위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장관이 출근하기 위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자정까지 조서열람하며 재판 대비

검찰은 정 교수가 조서열람을 마친 뒤에야 사문서위조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후 4시부터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한 검찰은 2시간 40분 뒤인 오후 6시 40분 정 교수 측 요청에 따라 조사를 중단했다. 정 교수는 저녁 시간이 지난 오후 7시 30분부터 이날 조사받은 내용에 대해 약 4시간 30분 동안 꼼꼼히 확인했다. 당초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정 교수가 일찍 귀가할 거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조서열람이 길어졌다.

정 교수가 법정에서 자신의 진술로 인해 불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검찰에 소환된 피의자는 조사가 끝난 뒤 조서를 읽으며 본인의 진술 의도와 다르게 작성된 내용 등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작성된 내용을 두 줄로 긋고 자필로 수정사항을 다시 기재한다. 수정된 부분에는 지장을 찍어 최종 조서를 완성한다.

지난 3일 조사땐 조서에 날인하지 않았던 정교수능 이날은 3일 작성된 조서와 이날 만들어딘 조서에 모두 날인을 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 차질…장기화될 듯

검찰이 피의자의 조서열람을 중간에 제지할 방법은 없다. 조서열람 자체가 피의자의 권리긴 하지만 정 교수가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조서열람에 할애하면서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건강 문제로 첫 조사를 일찍 마친 정 교수는 4일 검찰에 출석하기로 했지만, 병원에 입원하면서 조사 일정을 미뤘다. 수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입시부정과 사모펀드 관련 의혹의 ‘몸통’인 만큼 대면조사를 통해 확인할 내용이 많다는 입장이다. 또 수사 과정에서 정 교수의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초 검찰은 이날 조사 일정에 따라 정 교수의 입시부정 의혹뿐 아니라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설립에 관여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사를 사실상 진행하지 못 하면서 추가 조사에서 이를 추궁할 계획이다.

서초동 집회서 "정경심 사랑합니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수호·검찰개혁'을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뉴스1]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수호·검찰개혁'을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정 교수가 조사를 받는 동안 서초동 일대에서는 '조국수호·검찰개혁'을 구호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부에서도 집회 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집회 진행 도중 정 교수에 대한 응원이 나오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검찰이 정 교수가 아픈 걸 알고도 무리하게 조사를 하고 있다”며 “정경심 교수님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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