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이렇게 실시돼야 한다(대담)(3)|이규성 재무장관|차병권 서울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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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차병권 교수=오랜만입니다. 실명제다, 세제개혁이다 하여 많이 바쁘시겠습니다.
▲이규성 장관=학교 다닐 때 교수님께 재정학을 배웠는데 요즘 배운대로 제대로 하고있는지 모르겠습니다(웃음).
▲차 교수=11일의 당정협의 결과를 보니 토지공개념 관련법안의 대부분이 정부 원안대로 확정됐던데, 특히 토지초과 이득세 부분은 달라진 점이 거의 없더군요.
어떻습니까. 지내놓고 보니 그간 정치적 이슈가 되지 않을 부분까지도 이슈화되었던 것 같은 생각도 드는데-.
▲이 장관=토지초과 이득세도 그렇고 모든 토지공개념 관련 법안들은「땅이란 무엇이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일치해야만 무리 없이 도입되고 시행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제「토지는 더 이상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땅이란 다른 재화들과는 달리 공급이 한정된 유한재이므로 시장긴 d에만 맡겨놓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뜻이 잘못 전해져 마치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응징처럼 일부에서 받아들이고 있는데, 오히려 토지공개념은 넉넉한 토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게 함으로써 부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차 교수=토지공개념에 대한 공식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 70년대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민적 공감은 이루어져있고 그 정당성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막상 제도를 도입하려면 기술적인 문제랄까, 심사숙고 해야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당정협의에서 이미 결론이 나긴 했습니다만, 당장 토지초과 이득세만 해도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의 정당성 여부가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 장관=현재 실현된 소득에 대한 과세로는 유일하게 양도세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양도세 만으로는 토지투기가 근절되지도 않을 뿐더러 양도세는 올리면 올릴수록 토지의 공급은 줄이고 가격을 높이는 역기능이 있으니 탈이지요.
이에 반해 유휴지나 공한지에 대해 보유단계에서 세금을 물리면 처분을 촉진시켜 토지를 생산적으로 활용토록 하면서도 땅값은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라는 문제도 그것이 현금이냐, 자산이냐 하는 재산 구성상의 차이가 있을 뿐 소득은 소득이므로 과세되는 것이 형평에 맞습니다.
현금화되지 않은 소득이니 세금을 낼 때 물납도 가능하도록 한 것 아닙니까.
▲차 교수=토지초과 이득세를 도입하면서 또 하나 신중히 생각해야만 하는 것은 구체적인 과세 대상 토지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입법예고가 되고 나서 주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마치 모든 토지에 대해 초과이득세가 부과되는 것처럼 오해를 하고 있던데 사실은 유휴지나 공한지 성격의 땅에만 부과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유휴지나 공한지로 판정하는 기준은 실제 국민생활, 기업의 생산활동 등과 관련해 다른 의견들이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장관=정부로서도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토지초과 이득세는 모든 토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유휴지·공한지·비업무용 부동산에 한정하여, 그것도 재산 가격의 50%가 아닌 정상지가 초과 상승분의 50%를 과세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노는 땅」에만 과세한다는 것이지요.
그 구체적인 판정기준은 앞으로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습니다.
▲차 교수=가장 걱정되는 것은 제도보다도 세무행정의 능력과 질입니다. 과세대상을 골라내고 지가를 매기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아 자칫 조세마찰이 커질 수가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지가를 평가하고 세금을 매길 때 몇 번씩 거르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이를 본받아야 합니다.
▲이 장관=92년에 가서 지가공시제도가 정착된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기준지점을 기준으로 주변 땅값을 평가하게 되므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공정과세 위원회를 두어 운용하고 국세청의 행정능력을 소규모세무서 위주로 크게 보강하며 세무공무원의 자질을 높이는데 주력하려합니다.
▲차 교수=토지초과 이득세가 막상 도입되고 나서 많은 땅이 일시에 매물로 쏟아져 나올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서있습니까.
▲이 장관=현재 많은 기업들이 용지를 구하지 못해 안달인 실정이니 그중 많은 부분이 다른 기업들의 용지로 흡수되리라고 봅니다.
정부로서는 토개공의 토지 은행적 기능을 크게 강화해서 토지거래의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합니다.
▲차 교수=토지공개념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금융자산 종합과세 등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제개편 안 입니다. 사실 과거 개발연대(60, 70년대)에는 세법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문제더니 요즘은 너무 오래 바뀌지 않다 보니 문제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 장관=과거에는 경제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의 자금동원을 지원하는데 세제의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으니 과거 없던 시절에 집중적으로 해주던 세제지원은 없애고 형평에 맞춰 골고루 부담토록 하자는 것이 지난번에 내놓은 세제개편 방안의 기본취지였습니다.
여기다 산업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소득의 원천도 복잡해져 불로·탈루 소득의 포착을 강화해야만 하고, 명목상으로만 고율을 유지하는 비현실적인 세제를 고쳐 세율을 낮추며, 조세도 국제화 추세에 맞춰 나가야 겠다는 뜻이 들어갔지요.<기록=김수길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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