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 오는데 외교부 실종” “주도적 역할” 외교부 패싱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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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전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전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국회 외교통일위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 등에서 ‘외교부 패싱’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이를 반박했다.

2일 국회 외통위 외교부 국감, '외교부 역할 실종' 질타 #강경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역할 하고 있어" 작심 반박 #"실무협상 장소 공유 받았지만 우리가 밝힐 사안 아냐" #"3차 정상회담 실무협상에 달려, SLBM은 협상 레버리지"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소미아 등과 같은 주요한 외교 안보 결정과정에서 외교부가 소외되는 것으로 보도가 된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8월 22일 청와대 국가안보전략회의(NSC) 상임위원에 장관은 참석을 안 했고, 외교부 제1차관과 국방부 장관의 (종료 결정)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미 자주파 3인방이 의견을 내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강 장관은 이에 “전혀 사실과 다르다. 자세한 NSC 내부 논의를 말씀드릴 수 없지만 1차관과 수시로 통화해서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도 “반일운동은 청와대 민정수석이 하고, 대일ㆍ대미 공격은 청와대 안보실 차장이 앞서서 하고 지소미아는 외교 장관이 참석도 안 한 상태에서 (종료)결정을 했다”며 “우리 외교가 ‘퍼펙트 스톰’ 상태, 태풍급 외교 현안이 오고 있는데 총체적 대응이 안 보인다. 외교부 장관이 총사령관이 돼야하는데 전쟁터에서 사령관이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강 장관은 “외교부가 실종돼 있다는 판단에 대해 동의를 할 수 없고 충실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청와대만 있고 외교부는 없다’고 재차 지적하자 “외교부의 발언권은 충분히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까지 “이번 정부에서 나오는 말이 ‘외교부 패싱’”,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를 넘어서 부처 존재감을 없앨 정도” 등의 지적이 이어지자 강 장관은 작심한듯 장문의 해명을 했다.

이정현 의원(왼쪽)이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이정현 의원(왼쪽)이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강 장관은 “한 말씀 드리겠다“며 “외교부 실종이라고 표현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외교부는 외교부의 일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국 뿐 아니라)전세계적으로 정상 차원의 외교 활동이 한층 활발해지는 추세를 감안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통령께서 선언을 한, 오너십(주도권)이 강한 외교 사항이다. 그래서 청와대 측근의 참모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고, 외교부는 대외적으로 정책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견인하는 것, 정책이 발전되는데 필요한 외교적인 고려라든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 북·미 간 대화 국면을 띄운 것이 당초 청와대 차원인 만큼 외교부는 이를 조력하고 이행해가는 역할이 맞다는 설명이다.

 강 장관은 오는 10월 4~5일로 예상되는 북ㆍ미 실무협상에 대해선 “하노이 (결렬)이후 북ㆍ미 모두 유연한 융통성 있는 주장 갖고 나오지 않겠느냐”며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 문제 논의가 되지 않을까 예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무협상 장소에 관한 질의가 이어지자 강 장관은 “저희가 확인해 드릴 사항이 아니다”면서도 “(일정이)사전에 우리에게 통보가 됐다”고 답했다. 3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실무협상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쯤 북한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잠수함발사단거리미사일(SLBM) 추정 미사일이 발사된 것과 관련해서는 “협상을 앞두고 (북측의)레버리지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날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김정은은 핵 포기를 결단하지 않았다”는 발언과 관련해 장관의 의견을 묻는 질의가 나오자, 강 장관은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로 (핵을)포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의 목표가 아니라 실제 핵을 포기할 것 같으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강 장관은 “저희 목표와 다른 이야기를 드릴 수가 없다”고 답했다. ‘목표’와 ‘평가’가 다를 수 있다는 묘한 발언이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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