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 8%, 먹고 가면 10%...日,내일부터 소비세 인상 '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에서 1일부터 시행되는 소비세 8%→10% 인상으로 곳곳에서 소비자들의 혼선이 예상되고 있다.

10월 1일부터 소비세 8→10% 인상 "기준 복잡" #걸어가며 먹으면 10%, 벤치서 먹으면 8% #종이신문 구독 8%, PC 구독 땐 10% #'포인트 환원' 택시 "운에 맡겨야"

소비세 인상은 2014년 5%에서 8%로 인상된 뒤 5년만이다. 일본 정부는 당초 2015년 10월부터 소비세를 10%로 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여론의 동향 등을 감안해 2차례 연기해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소비세 인상에서 국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금감면 등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기준이 애매하고 복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음식점의 경우, 같은 음식을 주문하더라도 식당에서 먹을 경우엔 소비세가 10%, ‘테이크아웃’으로 집에 가져가서 먹을 경우는 8%가 붙는다. 정부가 ‘가게 측이 설치, 관리한 음식설비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에 한해서 내년 6월까지 일시적으로 소비세를 경감해주는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장마차나 유원지 매점 등에서 산 음식을 ‘가게에서 설치, 관리하는 벤치에서 먹을 경우’는 ‘외식’으로 간주해 10%, 걸어가면서 먹으면 ‘테이크아웃’으로 보고 8%가 된다. 또 음식점에서 배달 주문을 하면 8%지만, 출장요리로 주문할 경우 10%가 된다.

소비세 인상을 하루 앞둔 30일 한 주부가 두루마리 휴지 등을 잔뜩 카트에 싣고 있다. [TV아사히 캡쳐]

소비세 인상을 하루 앞둔 30일 한 주부가 두루마리 휴지 등을 잔뜩 카트에 싣고 있다. [TV아사히 캡쳐]

또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도 집에 가져가서 먹으면 8%지만, 이 도시락을 편의점에서 먹을 경우 10%가 된다. 편의점에서 계산할 땐 반드시 “집에서 먹을 건지, 편의점 안에서 먹을 건지”를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종이신문의 경우, 집에서 신문을 정기구독을 하면 8%지만, 지하철 역이나 편의점에서 낱개로 살 경우 10%가 된다. 반면 스마트폰이나 PC로 정기구독을 할 경우는 10%가 책정된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종류와 가격에 따라 8%인지 10%인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야채나 정육 등 신선식품과 컵라면 등 가공식품, 과자는 8%를 유지하지만, 그 밖에 휴지 등 생활용품은 10%가 된다.

1일 소비세가 8%에서 10% 인상되는 가운데, 전날인 9월 30일 일본 언론들이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세금인상이 유보되는 분야와 종류가 복잡해 표를 동원해 설명해야 할 정도다. 윤설영 특파원.

1일 소비세가 8%에서 10% 인상되는 가운데, 전날인 9월 30일 일본 언론들이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세금인상이 유보되는 분야와 종류가 복잡해 표를 동원해 설명해야 할 정도다. 윤설영 특파원.

그러나 식품에 장난감 등 사은품이 붙은 경우, 상품이 가격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하고 가격이 1만엔 이하의 경우 8%로 적용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10% 대상이 된다. 또 주류는 10%로 일괄 인상되지만, 요리용 술은 알코올 농도에 따라 8%, 10%가 각각 매겨진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전자결제 (신용카드, 교통카드, 각종 ‘페이’ 등)에 한해 내년 6월까지 최대 5%분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제도를 시행하는데, 이 마저도 현장에선 혼란이 예상된다.

애시 당초 자본금 5000만엔 이하의 중소 점포만 대상으로 했으나, 편의점이나 외식업체 프랜차이즈도 포함이 되면서, 규모에 따라 포인트 환원율이 2%, 5%로 각각 갈린다. 본사 직영점은 2%인데, 철도회사 등이 관리하는 소형 매장은 5%이 되는 식이다.

택시요금도 포인트 환원 대상이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개인택시나 중소규모 회사 소속의 택시만 해당되기 되기 때문에 “택시 줄에 서 있다보면 어느 택시를 탈지 모르기 때문에 운에 맡겨야 한다”라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다.

도쿄의 한 대형 택시회사의 운전사는 “카드로 결제하면 포인트 환원 대상이 되는지 헷갈린다.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보다 택시 타는 사람이 더 많은데, 택시 요금을 왜 올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월 1일부터 소비세 인상 시행을 앞두고 일본 맥도널드가 홈페이지에 소비세 인상 후에도 가격이 바뀌지 않는다고 알리고 있다. [일본맥도널드 홈페이지 캡쳐]

10월 1일부터 소비세 인상 시행을 앞두고 일본 맥도널드가 홈페이지에 소비세 인상 후에도 가격이 바뀌지 않는다고 알리고 있다. [일본맥도널드 홈페이지 캡쳐]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맥도널드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는 소비세 인상 후에도 테이크아웃이나 내부에서 먹는 것에 가격차를 두지 않기로 했다. 당분간은 세금 인상분을 업체가 부담하는 식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외식업체들은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손님마저 떨어져나갈까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고 전했다. 일부 외식업체는 일시적으로 할인행사를 실시해 소비세 인상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드는데 대한 대비에 나섰다.

도쿄=윤설영특파원 snow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