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돌풍〃이만기가 막아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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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재임6년의 황제 이만기(26·현대)의 수성이냐, 무서운 기세로 솟아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귀여운 악동 강호동(18·일양약품) 의 축성이냐.
지난 86년 9월 11회 대회 이후 무려 2년11개월만에 서울에서 벌어지는 제17회 천하장사 겸 제45회 체급장사씨름대회(9∼12일·잠실학생체)를 앞두고 모래판이 들끓고 있다.
지난 83년 민속씨름이 출범하기 전까지 무명이었던 이만기는 초대천하장사에 오르면서 급성장, 천하장사 최다타이틀기록(10회)을 보유한 것을 비롯, 백두장사l6회·한라장사9회를 차지해 말 그대로「모래판의 제왕」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이에게 도전하는 강호동은 올 봄 마산상고를 졸업한 프로1년 생으로 특이한 제스처와 거칠 것 없는 매너로 백두급 출전 네 번 만인 지난 44회 대회(7월·부산)에서 이만기와 임용제(23·조흥금고)를 차례로 꺾고 최연소 백두장사에 올랐다.
따라서 이번 대회 최대의 관심은 강이 백두장사획득의 여세를 몰아 과연 천하장사 타이틀까지 거머쥘 수 있겠는가의 여부.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이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는 전제 아래 이들은 먼저 9일의 백두급결승에서 한차례 승부를 겨뤄야만 한다.
이는 우선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인간기중기 이봉걸(32·럭키금성)과 41대 백두장사인 임용제를 꺾어야하고 강은 팀 선배인 노장 장지영(26·일양약품)과 백두장사6회 우승자인 고경철(26·현대)을 잡아야만 결승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천하장사10회 중 6회가 백두급을 포기(?) 하는 체력비축작전을 구사해 성공한 것이어서 이번에도 같은 작전을 쓸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비록 황영호(27·럭키금성) 는 부상으로 빠졌지만「타도 이만기」를 외치며 올 여름 극기훈련을 치러낸 강을 비롯한 임용제 황대웅(22·삼익가구)등의 젊은 장사들과 이봉걸 고경철 장지영등 노장들의 세력대결이 황제가 빠진 백두급모래판에서 불꽃을 튀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이만기의 천하장사·백두장사 동반우승이 때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가 차지한 네 차례의 천하·백두 동반우승은 4회 체급대회(83년9월) 14회(85년3월) 24회(86년9월) 34회(88년5월)로 매10회 주기를 보이고 있어 은퇴를 고려하기도 했던 이로서는 이번을「2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을지 모른다.<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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