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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장애 육아법, 책에 다 나와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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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호 21면

책읽는 사람들

발달 장애 아들을 둔 만화가 이정헌씨. 독서토론으로 육아 노하우를 얻는다. 전민규 기자

발달 장애 아들을 둔 만화가 이정헌씨. 독서토론으로 육아 노하우를 얻는다. 전민규 기자

‘아빠들의 저녁식사’는 이름처럼 저녁을 함께하는 모임에서 발전한 독서 동아리다. 물론 아버지들이 회원이다. 평범한 독서 모임은 아니다. 평범하지 않다는 소개에 이미 차별적인 시각이 깔려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빠들의 저녁식사’ 이정헌씨

6명의 회원 아빠들은 모두 발달 장애 아이를 둔 아빠들이다. 자연스럽게 서로 알게 됐고, 가끔 만나 밥 먹고 술 마시며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시름을 잊곤 하던 아버지들이 독서 모임을 하게 됐다. 지난봄, 만화가인 이정헌(43) 회원이 제안하면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 지원해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주관·진행하는 독서 동아리 지원사업 수혜자로 선정돼 4월 첫 독서 모임을 열었다. 책 구입비 등을 지급받으면서다.

아빠들이 읽은 첫 책은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아빠들처럼 발달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 저자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줄이기 위해 쓴 책이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를 이어 읽었고 다음 달 초에는 요즘 베스트셀러인 『선량한 차별주의자를』를, 이번에는 규모를 키워 여덟, 아홉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강화도에서 여행을 겸한 1박 2일 독서 토론을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아빠들은 철저하게 장애·차별이 주제인 책만 읽는다.

지난 24일 이정헌씨를 만났다. 그가 일하는 부천만화창작스튜디오에서다.

이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비단이가 세 살 무렵 장애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아이는 눈 맞춤을 잘 하지 않고 뒤에서 이름을 불러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폐 장애 2급 판정. 당연히 절망적이었지만 이씨 가족은 반대로 갔다. 숨기기보다 드러내 세상과 맞서기로 한 것. 공모에서 선정돼 자전적인 웹툰 ‘괜찮아요, 우리는 천천히 가족’을 코미카 사이트에 연재했다. 아내 윤정지(44)씨는 비단이가 자주 가는 놀이터의 또래 아이들 마음을 사 비단이를 친구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이씨는 “아이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회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장애 아이에 접근하는 트렌드도 바뀐다. 과거 시설 선호에서 요즘은 탈 시설이 대세다. 하지만 시설 수용을 원하는 부모도 있기 때문에, 장애인 인권·지원 방식에 대한 다양한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것.

이씨는 “장애에 관한 폭넓은 독서 토론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거창한 실천 계획을 세우기보다 이전에 술 먹고 밥 먹을 때처럼 즐겁게 독서토론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물론 내년에도 할 생각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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