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유리할 땐 장관, 불리할 땐 가장이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맹비난했다. 조 장관이 전날(26일) 대정부질문에서 자택을 압수수색 중인 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인정한 것과 관련, "가장으로서 그 정도는 부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한 걸 쏘아붙인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의 ‘검사와의 통화’가 현행법 위반이라고 보고 탄핵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직권남용과 동시에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고 한 검찰청법(8조)를 어겼다는 이유다.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은 바로 하겠다. 탄핵 추진 시기는 저울질 중”이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가 탄핵 추진 시기를 저울질하겠다고 밝힌 건 ‘의석수’ 문제 때문이다. 탄핵소추안 의결이 가능할지가 현재로썬 미지수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동의로 발의할 수 있다. 현 재적의원 의석을(297석) 고려하면 한국당(110석) 단독으로도 발의(99석)는 가능하다.
하지만 의결 정족수엔 못 미친다. 재적 의석 과반(149석)이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당(110석)과 바른미래당(28석), 우리공화당(2석) 등을 전부 합쳐도 140석에 그친다. 대안정치연대(10석), 정의당(6석), 민주평화당(4석) 등 나머지 야당의 동참이 필수다.
하지만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탄핵소추안 의결에 동참할지는 불분명하다.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에 대안신당이 동조를 한다고 하면 탄핵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아직 논의는 안 해 봤다. 개인적으로 볼 때 동조할 수 없다. 탄핵까지 갈 일이 아니다"라며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의 2중대를 자처하는 다른 야당들이 결국 민심에 굴복할 시기가 언제인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한국당이 나머지 야당의 동참을 유도해 조 장관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경우, 이는 초유의 국무위원 탄핵소추 사례가 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헌국회 이후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는 단 한 건이다. 지난 2015년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그해 9월 여당(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총선승리' 건배사를 해 헌법 및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정치공세"라며 표결에 불참하며 기한(본회의 보고로부터 24시간 후 72시간 이내)이 지나 자동 폐기됐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경우, 국회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서 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해 탄핵심판을 청구한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는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