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표창장 수사기록 달라" 정경심 요구에, 검찰은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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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 변호인단이 지난 6일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사건 기록에 대한 열람·복사를 신청했지만 검찰이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檢 "수사 중 증거기록 공개되면 증거인멸 우려"

검찰은 사문서위조와 관련한 정 교수의 다른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 사건기록 공개가 수사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교수 변호인단은 "정 교수가 기소된 뒤 단 두 페이지의 공소장만 받은 상태"라며 "사건 기록을 보지 않고선 정 교수에 대한 변호 자체가 불가능해 방어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첫 재판이 한달도 남지 않았는데 검찰에 증거 목록 표지만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방배동 조국 법무부장관 자택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박스를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23일 오후 서울 방배동 조국 법무부장관 자택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박스를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경심의 반격? 檢 "증거인멸 우려"

검찰에 기소된 피고인과 변호인은 일반적으로 검찰을 통해 사건 관련 진술과 증거가 담긴 기록을 복사해 재판에 대비한다.

부장판사 출신인 도진기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증인 신문에 대한 변론 계획을 준비하기 위해선 재판 전에 사건 기록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 교수처럼 기소가 된 뒤에도 기소 혐의와 관련해 여죄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 사건 기록에 대한 열람·복사를 예외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은 '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해 증거인멸의 염려 또는 사건 수사에 장애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소송 기록의 전부 또는 일부의 열람·등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 교수와 변호인단이 사건 관련 증거와 참고인 진술을 확인할 경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의 해석 범위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법원의 입장이 엇갈린다. 수사 필요성과 피고인의 방어권이란 두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조항에 대한 해석을 최대한 넓게 하는 반면, 변호인은 최대한 좁게 해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5월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5월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헌 재판 때도 열람·복사 논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서도 사건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팽팽하게 맞섰던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임 전 차장의 첫 재판에서 임 전 차장 변호인은 "검찰이 사건기록의 일부만 공개해 변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검찰이 피고인과 변호인을 존중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검찰은 "현재 공소장에 언급되지 않은 여죄 및 피고인의 상·하급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증거기록을 모두 제출하면 수사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당시 법원에서 임 전 차장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 기록에 대한 복사가 허용됐다. 이후 변호사 단체 등에선 형사 기록의 열람·복사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협 회장은 "이 문제는 검찰과 피고인이 조화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최소 재판 2주 정도를 앞두곤 열람·복사가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조만간 소환될 예정인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24일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최정동 기자

조국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조만간 소환될 예정인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24일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최정동 기자

檢, 정경심 추가 기소할 듯 

검찰은 정 교수가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해 이를 딸과 아들의 대학 입시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럴 경우 정 교수에겐 위조사문서행사죄와 국립대 입시의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립대의 경우 업무방해 등이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정 교수의 자녀들이 지원했던 대학(원)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대학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는 상태다. 하지만 정 교수 측은 "검찰 수사와 실체적 진실은 달라 재판에서 적극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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