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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해라" "이중국적 공개하라" 연달아 말꼬이는 홍준표

중앙일보

입력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스텝’이 최근 연달아 꼬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튜브 ‘홍카콜라’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당을 향한 '쓴소리'를 하는 과정에서다. 특히 황교안 대표 삭발 국면에서 한 말은 그의 발언권을 도리어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홍 전 대표가 당 외곽에서 지도부 흔들기 전략을 썼지만 무위에 그쳤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내 초재선 그룹 '통합과전진'이 23일 "홍 전 대표의 해당행위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이냐. 윤리위 소집 등 필요한 조처를 통해 규율을 잡아야 한다"고 촉구한 게 일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연합뉴스]

①"황교안 삭발. 진중해라"=홍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은 황교안 대표 삭발 관련 언급을 할 때부터 나왔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6일 삭발한 황 대표의 삭발 자체에는 "적극 지지한다. 결기를 계속 보여달라"며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합성 사진이 인터넷에 떠도는 걸 문제 삼았다. 황 대표가 옆머리부터 깎으면서 삭발 도중 연출된 일명 '투 블럭' 헤어스타일 합성 사진이 돌자, 홍 전 대표는 "진중하라"(18일)며 정색했다. "당 대표 삭발을 희화화하고 게리 올드만(배우) 운운하는 건 천부당만부당하다. 어찌 당이 이렇게 새털처럼 가벼운 처신을 하느냐"는 이유였다.

이는 "황 대표가 젊은 층 사이에서 패러디, 풍자 등 '유희'의 대상이 된 게 가장 큰 성과다. 황 대표와 대중과의 거리감이 엄청나게 좁혀질 기회"라고 본 당내 젊은 보수세력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반면 "희화화는 천부당만부당"하다고 했던 홍 전 대표의 비판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1억 피부과 연상. 이중국적 여부 밝혀라"=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한 여권의 이중국적·원정출산 의혹으로 공세를 펼 때 홍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당에서는 공개 비판이 나왔다. 여권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한창 의혹을 제기하던 21일 홍 전 대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건이다. 예일대 재학 중인 아들이 이중 국적인지 여부만 밝히면 그 논쟁은 끝난다"고 나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선 때 '1억 피부과 파동'을 연상시킨다"며 나 원내대표의 낙선 이력도 건드렸다.

홍 전 대표의 발언은 당내 논쟁으로 번졌다. 민경욱 의원이 홍 전 대표 발언에 대해 “하나가 돼서 싸워도 조국 공격하기에 벅차다. 내부 총질은 적만 이롭게 할 뿐”이라고 주장하자, 홍 전 대표는 "당을 위한 충고를 내부총질로 호도하고 있는 작금의 당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참 어이없는 요즘이다"라고 맞섰다. 나 원내대표는 "반응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 같은 과정을 두고 원외인 홍 전 대표가 '지도부 흔들기'를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홍 전 대표가 추석 연휴 중이던 지난 12일에도 나 원내대표를 겨냥해 "황 대표가 낙마하길 기다리며 직무대행이나 해보려고 그 자리에 연연하느냐. 이제 그만 그간의 과오를 인정하고 (원내대표에서) 내려오는 것이 야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비난한 이력이 있어서다. '통합과 전진'이 홍 전 대표 윤리위 제소를 촉구한 것 역시 이 과정에서 나왔다.

③"류석춘 논란에 조용, 얄팍" 비판도=류석춘 연세대 교수 논란과 관련 홍 전 대표가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류 교수는 지난 19일 연세대 사회학과 강의에서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을 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 전 대표가 과거 류 교수를 당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했음에도 일언반구도 없는 건 "얄팍하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류석춘 교수가 위안부 발언으로 곤욕에 빠져 있는데 여기에 홍준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왜 하지 않을까. 여기에 류석춘 입장을 편들었다가 좌파로부터 몰매를 맞기 때문이다. 이런 얄팍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 홍준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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