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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과 이혼→재결합→또 이혼…"연금 분할, 전체 혼인 기간으로 따져야"

중앙일보

입력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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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인 배우자와 이혼했다 재결합한 뒤 다시 이혼했다면 퇴직연금 분할 산정 기간은 전체 혼인 기간으로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부(재판장 안종화)는 퇴직 공무원의 전 배우자인 남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남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공무원연금 분할청구 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979년부터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한 허모씨는 1981년 남씨와 결혼했다. 약 22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한 허씨와 남씨는 2003년 이혼한다. 그리고 7년쯤 지난 2010년 두 사람은 다시 결혼했다가 2016년 두번째 이혼을 했다. 이혼하기 1년쯤 전인 2015년 2월 허씨는 36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퇴직했다.

남씨는 전 배우자 허씨가 수령하는 공무원연금을 분할해 달라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신청했지만, 공단은 거부했다. 두 사람의 첫 번째 결혼 기간상 이혼 일자는 공무원연금법상 분할연금제도가 시행되기 전(2016년 1월 1일) 이어서 이 기간에 대한 청구는 불가능하고, 두 번째 결혼 기간에는 허씨의 재직 기간이 분할 청구 조건 중 하나인 5년에 못 미친다는 점(2010년 5월부터 2015년 2월까지)이 걸림돌이 됐다. 그러자 남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 "공무원연금 분할제도 도입 취지 고려해야"

법원은 남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공무원 재직 기간에 동일인과 혼인했다가 이혼한 다음 재차 혼인했다 또 이혼한 경우, 분할연금의 혼인 기간 산정은 두 혼인 기간을 합산해 산정하는 것이 옳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공무원연금에 사회보장적 성격뿐 아니라 임금의 후불적 성격이 불가분하게 혼재돼 있음을 지적했다. 결혼 기간에 공무원으로 일하며 상대방 배우자의 도움을 받은 것이 인정되는 이상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부부가 쌍방으로 협력해 만든 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법원은 "두 사람이 이혼했다고 하더라도 1차 결혼 기간 역시 부부가 공동으로 공무원연금 수급권 형성에 기여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공무원연금 분할지급제도는 공직자의 배우자가 결혼 기간에 정신적ㆍ물질적으로 재산 형성에 공동으로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고, 추후 이혼하더라도 이런 점을 인정해 배우자의 노후생활 안정을 일부 보장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다. ▶공무원 재직기간 내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이고 ▶배우자였던 사람이 퇴직연금 수급자이며 ▶연령이 65세 이상인 경우 분할연금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연금액은 배우자의 공무원 재직기간 내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1/2로 분할해 받게 된다. 만약 당사자 간 협의나 재판으로 별도로 연금액이 정해진다면 그 비율로 받게 된다.

공무원연금 분할청구에 대한 법원 판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에도 이혼 후 재결합했다 다시 이혼한 부부의 공무원연금 분할청구 소송에서 "1ㆍ2차 혼인 기간을 합산해 연금 분할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적 있다. 당시 법원은 "이혼으로 인해 혼인 기간이 단절됐다 해도 ‘1차 혼인 기간의 존재’라는 사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며 "이혼을 이유로 1차 혼인 기간을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의 목적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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