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곧 만날 수도…제재 줄이긴 커녕 늘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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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 "3차 북·미 회담, 한반도 비핵화 세계사적 전환점 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유엔총회 연설 전날인 23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곧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과 회담이 열리기 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싶다"며 실무협상 진전을 전제로 3차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밝혔다. 지난 18일 북한에 새로운 방법이 아주 좋을 수 있다고 한 데 김명길 북한 순회대사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물밑에서 진전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로운 방법' 불구 제재는 안 푼다 #"어떤 결과 나올 지 미리 알고 싶다, #합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두고 보자" #실무협상 합의 본 뒤 3차 회담 강조 #"단거리 마사일은 김정은 약속지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엔본부를 입장하는 길에 "언제 김정은과 만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멈춰 "그것은 곧 일어날 수 있다(It could happen soon)"고 세 번에 걸쳐 연달아 말했다. 지난달 7월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 통화에 관한 내부 고발 보고서를 공개할 것이냐는 다른 기자에게 "조용히 하라"고 한 뒤 김 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묻는 기자에게 별도 질문 기회를 준 뒤에 한 대답이다. 북·미 실무협상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정상회담 준비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곧 만나겠다고 기정사실로 한 셈이다.

이어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두고 보자. 지금 사람들이 그것이 열리기를 보고 싶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알고 싶다"며 "우리는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실무협상에서 사전 합의를 강조한 셈이다. 이어 "우리는 두 번의 정말 매우 성공적인 회담을 했고 제재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었다"며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라고도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다면 대단할 것"이라면서도 "할 수 없다고 해도 괜찮다. 오랫동안 핵 실험은 없었다"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조만간 3차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협상이 열리리라고 기대한다"며 "3차 북·미 정상회담 열린다면 아마도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세계사적 대전환의 업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비핵화 이전에 제재를 우선하는 것이 새로운 방법의 메시지로 부합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공격'에 관한 물음으로 착각해 "북한에 대해 어떤 행동(action)도 고려하지 않는다. 행동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아주 잘 지내고 있고,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북한과 전쟁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합의할 수 있을 수도 있고,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며 "두고 보자"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단거리 미사일 시험에 대해서 논의할 건가에는 "우리는 그것을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단거리 미사일은 합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과 나라들이 단거리 미사일은 시험하고 전혀 대단한 게 아니지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거리 시험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논의한 부분이 전혀 아니었다"며 "우리는 핵 실험과 다른 것을 협의했고 그는 자기가 한 약속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우리는 실제 싱가포르에서 합의문에 서명했고 두 번의 매우 좋은 회담을 했다"며 "내가 아니었으면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이 곧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에선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한과 관계를 수립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이 곧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에선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한과 관계를 수립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직전 리셴룽 싱가포르 국무총리와 정상회담에서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매우 성공적인 회담을 했다"며 "사람들이 그 회담에 합당한 평가를 하지 않지만, 우리는 북한과 관계를 수립했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라고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3차 회담 발언은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를 포함해서 한·미·일 3국이 뉴욕에 모여 북한과 실무협상에서 제시할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을 집중적으로 협의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비건 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신임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뉴욕에서 각각 양자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4일은 한·미·일 3국 수석대표 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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