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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매장 20세 지적장애女, 흉터로 성매매 어렵자 굶기고 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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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의 한 원룸에서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 동거인 중 1명이 지난 19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군산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전북 익산의 한 원룸에서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 동거인 중 1명이 지난 19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군산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성매매를 위해 원룸에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데려온 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 후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일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넘길 예정이다. 이들은 피해 여성 몸에 있던 흉터 때문에 성매매를 못 시키자 수시로 밥을 굶기고 때렸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군산경찰서, 동거인 5명 24일 檢 송치 #살인·사체유기 등 혐의…성매매 정황도 #경찰 "주범 부부, 성매매 할 여성 모아" #살해 후 5차례 경남 거창 암매장지 찾아

군산경찰서는 23일 "원룸에 함께 거주하던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A씨(28) 등 5명을 기소 의견으로 24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달 18일 전북 익산의 한 원룸에 함께 살던 B씨(20·여)를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134㎞가량 떨어진 경남 거창군 야산에 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 등 3명을 살인·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 가담 정도가 약하고 수사에 협조적인 나머지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부부 등 20~30대 남녀 7명(남 3명·여 4명)은 방 2개짜리 원룸(24㎡)에 모여 살았다. 일종의 셰어하우스 형태다. 지난 4월부터 익산 지역 다른 원룸에서 살다 7월 20일 사건이 발생한 원룸으로 옮겼다. 이들은 교도소 동기와 군산 등에서 알고 지낸 선후배, 사실혼·연인 사이였다.

전북 익산 원룸에서 함께 살던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동거인들이 경남 거창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하는 데 이용한 승용차가 18일 군산경찰서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김준희 기자

전북 익산 원룸에서 함께 살던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동거인들이 경남 거창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하는 데 이용한 승용차 내부 모습. 김준희 기자

경찰은 A씨와 사실상 그와 부부간인 여성(34)이 성매매를 시키려고 사회적관계망(SNS) 등을 이용해 여성들을 원룸에 끌어모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부부가 당시 원룸에 함께 살던 여성 일부에게 성매매를 시킨 정황도 확인했다.

숨진 B씨도 A씨 부부가 페이스북 친구 맺기로 접근했다. 이들은 대구에 머물던 B씨를 지난 6월 익산에 데려왔다. 광주가 고향인 B씨는 평소 가출이 잦았고, 지난 7월 19일 가족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

A씨 부부는 애초 성매매를 위해 B씨를 데려왔지만, 실제로는 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 몸에 화상 때문에 생긴 흉터가 심해서다. 대신 A씨 부부 등은 B씨에게 청소 등 집안일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의사소통에는 거의 문제가 없었지만, A씨 부부 등은 '말을 듣지 않는다' '청소를 제대로 안 한다' 등의 트집을 잡아 숨지기 전까지 밥을 자주 굶기고 폭언·폭행을 일삼았다고 한다. 경찰은 아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B씨 몸에 멍 자국이 여럿 발견되고, 사망 당시 몸이 쇠약해진 상태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상습적인 가혹 행위와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 익산의 한 원룸에서 함께 살던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이 지난 18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군산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전북 익산의 한 원룸에서 함께 살던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이 지난 18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군산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이들의 범행은 지난 15일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던 또 다른 지적장애 여성 C씨(31) 어머니가 경찰에 "딸이 누군가에게 납치됐다"고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A씨 부부 등은 이날 C씨가 군산에 있는 친구 집에 가자 C씨를 폭행 후 차량에 태워 익산 원룸에 가뒀다. 이들은 범행 현장에 있던 C씨가 신고할 것을 우려해 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신고 당일 익산 원룸에 숨어 있던 A씨 등 4명을 긴급체포하고, 이튿날 대전으로 달아난 나머지 남성(29)도 검거했다. C씨는 무사히 구조됐고, 다친 곳은 없었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시신을 암매장한 거창 야산을 범행 이튿날부터 모두 5차례 다시 찾았다. 행여나 시신이 발견돼 범행이 들통날까 두려워서다.

이들은 범행 사흘 뒤인 지난달 21일과 22일 이틀간 거창에 70㎜의 폭우가 쏟아지자 야산 암매장지에 가서 흙으로 겹겹이 다시 덮었다고 한다. A씨 등은 "빗물에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경찰서 관계자는 "범행 경위 등 상당 부분 밝혀냈지만, 숨진 피해자 명예와 연관된 부분이 있어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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