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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 터지는 자동차 산업 악재, 총선 겹쳐 태풍 되나

중앙일보

입력

한국GM·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가 휘청이는 가운데 노사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사실상 올해 연말부터 시작하는 총선 국면과 맞물려 갈등이 정치권으로 옳아 붙을 수도 있다.

‘철수설’ 외국계 노사갈등 #사실상 연말부터 총선국면 #노조 표심이 당락영향에 #정치권 "신경 안쓸수 없다" #조기철수 빌미 우려도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동조합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해 회사 측에 산업은행 투입 자금 8000억원의 사용처를 요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필요하면 국정감사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의 출석도 요구할 계획이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9일 총파업을 벌인 이후로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은 ‘한국GM 철수설’을 염려하며 노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천 명이 일하는 공장 문을 닫으면 정치권도 '책임론'의 영향권에 놓인다.

한국지엠(GM) 노조가 전면파업한 지난 9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내 차량 제조 설비들이 멈춰 있다. [연합뉴스]

한국지엠(GM) 노조가 전면파업한 지난 9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내 차량 제조 설비들이 멈춰 있다. [연합뉴스]

인천지역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이후 여권이 나섰던 것은 부평공장이 문을 닫으면 그야말로 '헬게이트(지옥문)'가 열리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론 GM이 연구개발과 디자인, 일부 조립라인을 남기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또 다른 지역은 부산·경남(PK)이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분규 가능성이 있어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이달 말 닛산 로그 생산계약 중단 이후 신규물량 배정 여부를 놓고 본사와 줄다리기 중이다.

부산 지역 여권 관계자는 “한국GM과는 달리 정부 지분이 없다 보니 현재까지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특별히 없었다"면서도 "르노삼성차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부산경제 전체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경제 책임론'이 일까 두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가 정치권을 통해 사측을 압박해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시 경합 지역에서 적게는 1000표, 많게는 3000표 전후가 당락을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GM은 노조원이 약 1만명, 르노삼성 부산공장 노조원은 약 4000명이다.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정도의 숫자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거철이 되면 노조의 ‘집단표’가 선거의 당락을 결정지을 정도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용으로 한 선거법 개정이 만약 통과되면 노조 힘이 강력해져서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이 심화하면 본사가 조기철수를 감행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노조가 이 기회로 무언가 얻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외국계 자동차사 본사가 조기철수를 결정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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