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제|5백만 해외동포 소네 손잡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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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세계 속의 한국인」을 주제로 펼쳐지고 있는 서울올림픽 1주년기념 문화예술 축제에 참가코자 소련·일본·미국·중국 등 해외 각 국의 동포예술단들이 일제히 조국 땅을 밟는다.
광복이래 처음 맞는 해외동포 예술단들의 조국방문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낯선 타국 하늘 아래에서도 한민족의 얼과 문화를 알뜰하게 지켜온 해외동포들의 뜨거운 「뿌리사랑」을 새삼 확인시켜줄 감격의 한마당.
올림픽기념 범 한민족 체육대회의 문화행사에 초청되어 서울·창원·마산·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순회공연 할 해외동포 예술단 일행은 소련 한인가무단 43명, 재미동포예술단 30명, 재일 동포 예술단 30명, 재 중국 연변지역 동포예술단 8명 등 1백1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어렵사리 보전하며 갈고 닦아온 우리의 전통 문화예술을 조국에 선보일 동포예술단들 가운데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소련 한인가무단. 중앙일보사와 대한체육회가 공동 초청하는 이들은 알마아타의 아리랑가무단, 타슈켄트의 청춘가무단·고려악단 단원 등 43명으로 구성돼있다.
그러나 다소 복잡한 사정으로 중국연변동포 예술단이 이번 행사에 참가하지 못할 경우 그 대신 중국 중앙방송 예술단 독창자 겸 성악교수로 활동중인 방초선씨등 이미 서울에 와있는 동포예술가들이 공연에 나선다.
지난 1937년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소련에서도 당이 가장 척박한 타슈켄트나 알마아타로 강제 이주 당했던 소련의 한인동포들은 그 불모의 땅을 가장 기름진 옥토로 일궈내면서 우리 고유의 전통을 지켜왔기에 눈물과 한이 서린 한국 근대 이민사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소련의 한인 동포2세, 3세들은 알마아타에 조선극장, 타슈켄트에 청춘극장을 각각 마련하고 연중무휴로 공연하고 있지만 우리 고유의 민속에 대한 자료나 문헌이 없이 구전으로만 계승해 왔으므로 러시아 및 아랍문화도 일부 혼재되어 있는 상태.
아리랑가무단은 1932년 설립된 국립조선극장 소속 공연단체로 소련 공훈예술가인 김림바 이바노브나(53)를 비롯한 한인 2세 및 3세 남녀 무용수 16명, 금 조야빅토르브나(38)·조균화(43)·이베니아민 블라디미로비치(34)등 성악가 5명, 극작가 겸 조선극장 문학부장 이정희(43)등이 주축을 이룬다.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는 청춘가무단은 한인으로만 구성된 예술단인데 총30명의 단원 가운데 5명이 서울에 온다.
소련 한인가무단이 공연할 레퍼터리는 김림바 안무의 『환영무』『부채춤』『쟁강춤』『풍년맞이』, 민요 『릴리리타령』『경상도아리랑』『봄이왔네』, 윤표트르작곡의 『고향마을』『수양버들』, 이정희 작사·한야코프작곡의 『내가 좋아하는 그림자』『순간이여 멈추어라』등이며 윤수찬 작사, 한야코프 작곡, 김림바·제 바이다릴린 공동안무의 음악무용극『음과 양』으로 프로그램을 끝맺는다.
오는 25일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소련 한인가무단은 27일 오후6시 창원 KBS홑에서 열리는 전국 민속경연대회 전야제에서 그동안 고이 간직하며 갈고 닦아온 기량을 첫 선보일 계획.
이어 ▲29일=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10월2일=부산KBS홀 ▲10월4일=대구 시민회관▲10월6일=전주 전북학생회관 무대에 각각 오른다.
한편 이들은 추석이 지난 뒤나마 각자 고향을 찾아가 성묘하고 지난 수 십 년 동안 가슴속에 쌓아온 망향의 한을 달래며 이미 편지나 전화로 확인한 가족·친지 등을 만나 혈육상봉의 감격을 누리게 된다.
중국의 연변조선족 가무단이 예정대로 도착할 경우 그 일행은 조옥형(50)·유병걸(46)등의 성악가와 작곡가 최상명(53), 지휘자 안궁민(55), 연변문화예술연합회 부주석인 무용가 최옥주 등 8명. 이 가무단은 이미 미국 순회공연을 통해 그 기량이 널리 알려져 있다.
미주 한국 예술문화단체 총 연합회가 LA지역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재미동포예술단은 이병임 구성·연출, 김옥규·김금란 안무로 『콩쥐팥쥐』를 공연한다. 어진 사람은 하늘의 축복으로 행복을 누리게 된다는 한국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꾸민 1시간20분짜리 2막4장의 무용극으로 이민 1세의 무용가들과 이민 2세의 어린이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박정자 한국무용단을 중심으로 한 재일 동포 예술단의 레퍼터리는 45분짜리 가면무용극『초라니』.
중국·미국·일본 동포예술단도 모두 25일 김포공항에 도착, 27일 오후7시 서울 국립극장 대 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지며 29일 오전11시에는 마산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전국 민속경연대회에 특별 출연한다.
수 천년 동안 조상 대대로 살아온 한반도를 떠나 해외에서 고달프게 새 삶을 가꿔온 동포들의 공연은 비록 단순할지라도 색다른 감동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본주의에 물들고 있는 한국문화와 정치도구로 쓰이는 북한 예술이 전혀 담지 못하고 있는 순수한 전통문화를 상당부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이미 해외동포 예술단들의 공연을 보고 온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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