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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송으로 덮은 추석 TV, 백종원ㆍ송가인ㆍBTS만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석 특집 프로그램 '만남의 광장'(SBS). 백종원의 새로운 요리예능으로 시청률 6.0%를 기록했다. [방송캡처]

추석 특집 프로그램 '만남의 광장'(SBS). 백종원의 새로운 요리예능으로 시청률 6.0%를 기록했다. [방송캡처]

명실상부한 재방송의 향연이었다. 지상파와 종편ㆍ케이블 등 각 방송사들은 올 추석 연휴에 예능 프로그램 하이라이트 편집본을 대거 내보냈다. ‘스페셜’ ‘특집’ 등의 제목을 단 재방송이다. 추석날인 13일만 해도 ‘전지적 참견 시점 베스트 참견 모음’ ‘라디오 스타 스페셜’ (MBC), ‘세상에 이런 일이 스페셜’ ‘집사부일체 스페셜’ ‘불타는 청춘 추석특집 베스트’ ‘런닝맨 스페셜’(SBS), ‘옥탑방의 문제아들 스페셜’ (KBS2) 등 각 방송사의 간판 예능 하이라이트 재방송이 줄줄이 이어졌다. 한때 파일럿 프로그램, 특집 드라마의 장이 펼쳐졌던 명절 연휴 TV 편성판에 지각변동이 생긴 셈이다.

연휴 기간 최고 시청률은 드라마 ‘세젤예’ #특집 영화 ‘내 안의 그놈’ ‘뺑반’ 등 선방

이런 재방송 중심 편성은 각 방송사의 제작비 절감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MBC를 비롯, 올해 1000억 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는 KBS도 최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투자 없는 재방송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각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2% 안팎(닐슨코리아 조사결과)으로 대동소이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명절에 가족들이 TV 앞에 모여앉는 것은 이미 옛날 풍경”이라며 “시청 집중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실험적인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놓기 부담스러워졌다. 대신 재방송이나 영화를 편성해 시간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몇 안 되는 추석특집용 신규 제작 프로그램도 검증된 흥행 코드를 갖다 쓰는데 그쳤다. 바로 ‘백종원’과 ‘송가인’ ‘BTS’다.
백종원은 13일 SBS의 파일럿 예능 ‘만남의 광장’을 이끌었다. 지역특산물을 휴게소 메뉴로 개발해 판매하는 프로그램으로, 백종원은 영동 특산물인 표고버섯ㆍ옥수수ㆍ복숭아로 표고국밥ㆍ표고덮밥과 복숭아파이 등을 만들어 충북 영동군 황간휴게소에서 선보였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의 푸드트럭’ 등 백종원의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 별다르지 않은 포맷이었지만,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공략하는 백종원의 노하우는 여전히 유효했다. 시청률도 6.0%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14일 KBS 2TV '불후의 명곡' 추석 특집편에 출연한 송가인(왼쪽). 아쟁 연주가인 오빠(오른쪽)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방송캡처]

14일 KBS 2TV '불후의 명곡' 추석 특집편에 출연한 송가인(왼쪽). 아쟁 연주가인 오빠(오른쪽)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방송캡처]

트로트 가수 송가인 역시 지상파와 종편을 오가며 활약을 펼쳤다.  ‘전지적 참견시점’(MBC)에 매니저와 함께 출연해 일상을 공개했고, ‘불후의 명곡’(KBS2)에선 아쟁 연주자인 친오빠와 팀을 이뤄 ‘영암 아리랑’ ‘강원도 아리랑’을 들려주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방탄소년단(BTS)도 올 추석 특집 프로그램의 주역이었다. ‘BTS 예능 연대기’(SBS), ‘올어바웃 BTS’(MBC) 등에서 주인공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어떤 프로그램에도 직접 출연하지는 않았다. BTS가 과거 출연했던 프로그램의 영상을 짜깁기해 내보내며, 이른바 ‘BTS 없는 BTS 예능’을 구현해낸 것이다. JTBC도 15일 BTS의 콘서트 실황이 담긴 영화 ‘러브유얼셀프 인 서울’ 재방송을 편성했다.

올 추석 특집 프로그램 중 시청률 10% 넘긴 프로그램은 단 하나도 없었다. 유일한 특집 드라마 ‘생일편지’(KBS2)의 시청률은 0.9∼2.8%였다. 연휴 기간 중 방송된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은 기존 프로그램인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15일 34.7%)이 기록했다. 특집 영화 시청률은  ‘내 안의 그놈’(SBS,  8.4%), ‘뺑반’ (KBS2, 8.1%)‘신과 함께-인과 연’(SBS, 7.5%) 순으로 높았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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