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에 빠진 문학 정통성 세우겠다"|계간문예지 의욕적 창간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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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0년대를 향한 문단이 바야흐로 계간문예지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가을호로 최근『사상문예운동』이 선보인데 이어 올 연말께 겨울호 및 내년 봄호로 5종의 계간문예지가 창간될 예정이다.
창간 예정인 계간문예지는『민족과 문학』『민족문학』 『현대시사상』『현대소설』(이상 올 겨울호)및『소비에트문학』(내년봄호)등 5종.
시인 이근배씨가 주간을 맡은『민족과 문학』은 80년대의 격변기를 거치면서 문학이 너무 이념의 각축장화 됐다고 판단, 혼돈에 빠진 문학을 정리해 문학의 정통성을 확립하겠다고 나섰다.
때문에『민족과 문학』은 혼재된 문학이론의 여과 및 문학사적 의미정립을 위해 논쟁지적 성격을 강하게 띨 것으로 예상되며 아울러 참여·순수의 2분법적 틀에서 벗어나 작품위주로 좋은 작가도 발굴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민족문학』은 현실참여 문인 5백20여 회원을 지닌 민족문학작가회의 기관지로 발행된다. 기관지성격상 작가회의 산하 민족문학연구소의 창작이론연구성과 및 창작보고서, 회원들의 작품을 실을 예정이다.
또 80년대 후반 들어『노동해방문학』『사상문예운동』『현장문학』등 각자의 잡지 및 무크를 근거로 첨예화되고 다기화 된 참여문학 이론들의 집산장으로도 기능 할 것 같다.
『현대시사상』은 고려원에서 그 동안 3권째 발행한 무크를 계간화 할 시전문지로 주간은 시인 이승훈씨(한양대교수)가 맡는다. 우리 나라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현대시 이론을 중심으로 다룰『현대시사상』은 특히 양극성을 띠고있는 마르크시즘과 포멀리즘의 상호 길트기를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작품에 있어서는 실험시를 옹호, 시의 전위를 떠맡는다고.
도서출판 예하에서 펴낼『현대소설』은「소설의 진정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원섭·김원우·김석희씨 등 젊은 작가 3명이 편집위원을 맡아 현실을 반영하되 이념적으로 경직되지 않은 읽을 맛 나는 작품위주로 꾸려나갈 것이라고 한다.
한편 도서출판 열린 책들은 그 동안 소련 및 동구권문학 출판경험을 토대로 내년 봄호로『소비에트문학』을 창간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소련 및 동구권문학전문지가 될『소비에트문학』은 그곳의 현대문학작품 및 이론을 소개하고 19세기 러시아문학에 대한 국내학자들의 평론도 싣는다.
이 같은 계간문예지 창간러시는 물론 88년 이후 출판자유화조치에 기인된 것이다. 언기법에 묶여있던 87년까지만 해도 4개에 불과했던 계간문예지가 88년 이후 10여개가 창·복간되고 이제 5개가 새로 생김으로써 90년에는 20개에 달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월간지는 새로 2개가 창간돼 현재 11개에 머물고있는 실정이어서 90년대는 아무래도 계간지를 중심으로 문단이 움직일 것 같다.
문예지의 계간화 추세는 또 월간에 비해 제작·운영 등 발행에 따른 부담이 적고 간기로 인해 월간보다 잡지특성상 고급지라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이러한 고급지로서 70년대『창작과 비평』『문학과 지성』이 누렸던 월등한 영향력행사가 문인들에게 깊이 각인 돼 있는 것도 문예지의 계간화 추세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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