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사태는 6공 법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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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국대 사태는 불교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불교계는 이 사건으로 깊은 참회를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일대 쇄신의 계기를 만들고, 밖으로는 1천6백년의 역사와 1천만 신도를 가진 종교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확립해 나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불교계는 부정 입학이 행해진 것은 불교 종립 대학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면서 그 같은 풍토가 생겨난 배경을 철저히 파헤쳐 고쳐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불교 내부 분파작용의 심화가 지적되고 있다. 종단과 동국대가 각각 다른 분파로 갈라져 상호보완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한 분파의 독주가 있었고 부정으로까지 연결되었다는 것.
종립 대학이라면 범 종단 적인 참여 아래 운영되어 도덕성의 확립·교육 이념의 정립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내부반목만 일삼는 가운데 파행의 싹이 자랐다는 지적이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서울 봉은사 사태로 내부 분열이 심해 불교의 위상이 떨어졌고 이번 동국대 사태로 결정적인 손상을 입은 만큼 위로는 종정 스님으로부터 종단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현 상황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하고 거취를 결정하는 한편으로 새로운 종 풍을 일으킬 수 있는 쇄신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부적인 참회와 쇄신 주장과 함께 불교계는 동국대 사태가 불교에 대한 정부의 파행적 탄압이라는 인식도 가지고 있다.
지난 80년 10·27 법 난으로 전국 사찰에 군경이 투입돼 승려들이 연행 고문당했던 기억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종 립 대학의 총장·이사장이 전격적으로 구속되는 일을 당하고 나서 불교인들은 민족 정신의 수맥으로 뿌리 내린 불교에 대한 위정자들의 인식이 과연 어떤 수준인가를 의심하고 분노하고 있다.
타종교의 성직자에 대한 대우를 따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1천만 신도를 가진 전통 있는 종교의 지도자를 대하는 정권의 태도를 이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없는 대학의 총장을 전격 구속한 것은 우리사회의 관례에 비추어 볼 때, 또 입학부정이 있은 타 대학의 처리과정에 비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물며 그들이 성직자일 경우보다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그런데 그 같은 고려를 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구속한 것은 결국 불교의 위상을 의도적으로 실추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교인들의 반발이다.
동국대 총학생회와 대학원생 조교협의회가 공동으로 3일 발표한 성명이『이번 사태는 교육계의 도덕성과 권위를 뿌리째 흔들어 버리고 나아가 불교 성직자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교육과 종교의 이 사회에서의 권위를 떨어뜨리려는 음모』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다.
동국대의 젊은 학생·조교들은 대학에 있어서의 임시부정은 전문대를 포함하면 22개 대학에 1천2백 명이 넘고 있는데 동국대만을 대상으로 하여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한 것은 동국대를 사학비리의 모델 케이스로 만들고 불교를 탄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불교계는 동국대사태의 발발과 함께 원로들의 모임·주지회의 등을 열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젊은 불교인들은 전국 승려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10·27 법난 보다 더 큰 불교의 위기로 파악하고 있는 이들 불교인들은 동국대 사태를「6공의 법 난」으로 규정함으로써 .정부와의 대립도 불사 할 기세다.
전국 승려대회는 불교계에 중대한 사태가 발생한 경우 전국의 승려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논하는 모임으로 옛 산중공사의 맥을 잇고 있다. 승려총회라고 할 승려대회의 결정은 불교의 관례에 따라 존중되고 있는데 이번 전국 승려대회가 젊은 층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만큼 강경한 입장이 표명될 가능성이 크다.
또 원로회의나 주지회의 등에서도 그 동안 불교가 호국불교의 전통과 사회안정을 중시하고 화해를 강조하는 불교정신에 따라 정부와 협조해 왔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회의·대회와 함께 관람객 사찰 출입금지, 승려단식과 같은 거부의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해인사 승려들의 단식이 범각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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