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안보대화' 최고 예우 받은 인도…방산업계 '큰손님' 모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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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서울안보대화(SDD)'에 참석한 인도 인사를 극진한 환대로 맞았다. 국산 대공(對空) 방어체계인 비호 복합 수출 등 인도와 방산 분야 협력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에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인도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뉴스1]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인도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뉴스1]

입국 당일인 지난 4일 이낙연 국무총리를 접견한 라즈 나트 싱 인도 국방부장관은 5일 SDD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데 이어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장관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한·인도 국방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는 이번 SDD 참석자 중 가장 눈에 띄는 행보다. 한국 정부가 싱 장관을 최고 수준으로 예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SDD를 주관하는 국방부는 이번 인도 인사 방한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국방부는 싱 장관이 지난 5월 취임하기 전부터 인도만큼은 장관급 인사가 대표 참석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인도 정부를 향해 초청 작업을 펼쳤다. 차관급 국제안보회의인 이번 SDD 56개 참석국 중 유일한 장관 인사로서 싱 장관이 참석하게 된 이유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라즈 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한·인도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라즈 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한·인도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싱 장관에 대한 정부의 특별 대우는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방산업계의 사정과 맞닿아있다. 한국 방산업계는 전 세계 무기 수입국 순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인 인도 시장 개척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한화디펜스가 2017년 K-9 자주포 100문 수출을 성사시킨 것을 빼면 아직 뚜렷한 실적이 없다.

인도 시장 개척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비호복합도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3조원에 달하는 비호 복합 수출 사업은 지난해 10월 인도 복합 대공방어체계 사업의 가격협상 대상 장비에 단수 후보로 선정됐다. 그러나 경쟁국인 러시아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계약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최종 계약을 거쳐 내년엔 무기 인도가 예상됐지만, 현재 단수 후보 선정 상태에서 진도가 멈췄다. 올해 초 정 장관 명의의 협조 요청 서한을 인도에 보내는 등 정부 지원 사격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번 싱 장관 방한을 계기로 물밑 지원 사격을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날 장관 회담에서 싱 장관은 비호복합을 포함한 한국 무기의 최종 계약 여부에 대해 “시기가 되면 잘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각각의 방산 사안을 구체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큰 틀의 방산 협력을 놓고 싱 장관과 발전적인 얘기를 주고받았다”며 “싱 장관 역시 이번 방한에 국방차관 외에 방산차관을 대동시키면서 양국 방산 협력에 관심을 표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선 관련 사안에 대해 김윤석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이 한국 측 관계자로 배석했다.

6일 왕정홍 방사청장을 만나는 싱 장관은 한화디펜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KAI), 현대로템 등 방산업계 CEO들과도 간담회를 갖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싱 장관이 한국산 무기 도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싱 장관의 방한이 방산 행보로 이뤄진 건 우리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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