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주도 성장 약효 떨어져도…정부는 재정중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정부가 성장률 2%대 중반 수성이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일 ‘하반기 경제활력 보강 추가 대책’ 브리핑에서 “성장 경로 상·하방 리스크가 확대돼, 7월 정부의 수정 전망치 2.4~2.5%보다 (성장률이) 낮게 나올 것 같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라고 밝혔다. 결국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도 내리막을 탄 경기 흐름을 되돌려 세우지 못한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에 513조5000억원 규모 역대급 ‘초슈퍼예산’을 편성하며 또다시 ‘재정 살포’를 예고했다. ‘재정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예산 1조 쓸때 GDP 증가효과 급감 #정부 “올 성장목표 2.4% 녹록잖아” #홍남기 “1.6조 투입해 내수 뒷받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14개 기금의 운용계획을 변경해 1조6000억원 규모 자금으로 투자·내수를 뒷받침하겠다”며 “내년 예정된 1조원 규모 공공기관 투자도 앞당겨 연내 총 55조원의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풀 수 있는 나랏돈은 최대한 풀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나랏돈을 풀었을 때 돌아오는 효과는 계속해서 줄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6년 발간한 재정지출이 1조원 증가할 때 그해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2014년 8000억원에서 2017년 5600억원으로 감소했다. 취업자 수도 2014년에는 1만2700명이 늘지만, 2017년에는 83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지출 효과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무역의존도가 낮았던 과거에는 나랏돈을 풀면 그 돈이 국내 내수시장 안에서 돌았지만, 개방도가 높아진 최근에는 해외에서 상품·서비스를 사들이는 데도 나랏돈이 나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에 풀기 위한 나랏돈이 늘어날수록 걷어야 하는 세금도 늘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를 계산하면 정부 출범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누적법으로 계산한 2014~2016년 세수 효과는 12조3000억원에서 2017~2019년 24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세목별로 경기 부양 효과(감세 효과)는 법인세가 가장 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7년 말 세금을 1조원 감세했을 때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한 결과 법인세 2213억원, 소득세 2152억원, 소비세 1989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현 정부 들어 높인 법인세 최고세율(22%→25%)을 낮춰야 경기 부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70조900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약 20% 급증했다”며 “경쟁국과 다르게 국내 법인세율은 높아져 기업 투자 여력이 줄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해야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