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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중·고·대학 200곳 동맹 휴학…의사·간호사 파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도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홍콩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경찰의 시위대 구타에 분노 #“미래가 없는데 수업이 필요한가” #물건 구매거부 ‘소비 파업’ 추진

홍콩에선 신학기가 시작된 2일에도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졌다. 대학을 중심으로 중·고교도 참여하는 수업 거부 즉 파과(罷課) 운동의 시작이다. 의료 등 일부 업종 종사자의 파업, 지하철 운행 방해 등 다양한 형식의 시위도 이어졌다.

야우마티 지하철 역에선 이른 아침 출근길에 시위대가 나타나 우산 등으로 전철 출입문을 막으며 운행을 방해했다. 일부는 긴급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또 홍콩섬 차이완에 위치한 사이케이완 공립학교 등 3개 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생 등 500여 명은 오전 7시부터 손에 손을 잡는 방식으로 650m 가량의 인간 띠를 형성했다.

이날 하루 삼수이포의 잉와(英華)서원 등 홍콩 곳곳의 200여 학교에서 1만명가량의 학생이 동맹 휴학에 참여할 것으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망했다. 한 학생은 “우리가 신념을 잃으면 이 싸움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학생들은 오후엔 홍콩 섬 에딘버그 광장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미래가 없는데 수업이 왜 필요한가”라는 문구가 쓰인 연단에 각계 인사가 차례로 올라가 송환법 반대 의지를 밝히고 경찰의 과격 진압을 성토했다.

수업 거부 활동에 참여를 망설이던 많은 학생이 지난달 31일 홍콩 경찰이 타이즈 전철역에서 시위대를 무차별 구타한 데 분개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한 학생은 “경찰의 폭력 진압에 화가 나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또 고교 2학년 여학생은 “7월 21일 위안랑역에서 발생한 흰옷 입은 사람들의 테러에 놀랐는데, 8월 31일 폭력이 무슨 동네 깡패도 아니고 경찰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느냐”며 경찰의 폭력에 대한 독립조사위원회 구성을 주장했다.

또 마리 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이 복도에서 인간 띠를 만들어 송환법 반대 의사를 표했다. 엘리자베스 병원에서도 의료진이 계단에 앉아 항의 시위를 벌였다. 홍콩 명보는 퉁뤄완과 가오룽에 있는 의류 판매점인 자라가 오늘 하루 영업 중단을 밝혔는데, 시위와 연관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로부터 ‘찬바람 불면 사라질 메뚜기’로 조롱받았던 시위대는 이처럼 주말 밤은 물론 평일 낮에도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경찰은 실탄 발사까지 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5년 전 홍콩 행정장관 간선제를 발표한 8월 31일에 맞춰 일어난 시위와 9월 첫날 시위에서 시위대는 공공시설 곳곳에 ‘차이나치(CHINAZI)’같은 반(反)중국 구호를 적었다. 지난달 31일 밤엔 기자의 숙소 앞 나무로 불이 번지기도 했다. 1일엔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퉁청 지하철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와중에 중국 오성홍기가 불태워졌다.

홍콩 경찰의 진압 작전엔 홍콩 최정예 경찰인 ‘랩터스(速龍) 특공대’가 투입됐다. 최루탄과 물대포, 곤봉에 의한 무차별 구타로 시위대 41명이 다쳤다. 5명은 심각한 상태다. 경찰의 진압 장면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전파되고 있다. 시위대는 매주 금요일과 일요일엔 꼭 필요한 생활용품이 아니고선 물건을 사지 말자는 ‘파매(罷買)’ 운동도 추진 중이다. 홍콩 사태가 수그러들기는커녕 확산 조짐이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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