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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무산→조국 전화→여당 간담회 통보···단 6분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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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전화 두 통에 ‘셀프 청문회’를 위해 안방과 사랑방을 모두 내줬다. 국회 본관에 있는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은 조 후보자의 대기실로 사용됐고 민주당이 의원총회 개최를 명목으로 빌려놓은 246호가 간담회장이 됐다.

‘셀프 청문회’ 개최 경위에 대해 조 후보자는 “오늘 오전 11시와 12시 사이에 무산되는 것을 확인하고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실에 두 군데 연락해서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고성 끝에 청문회 무산으로 기운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을 빠져나온 민주당 위원들이 “끝났다”고 말한 게 11시54분 무렵이고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기자들에게 기자간담회 개최 계획을 통보한 게 12시였다. 법사위 도중 전화를 건 조 후보자의 요청을 민주당 지도부가 거의 즉석에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오후 1시30분에 열린 의총에서는 내부에서도 “적절치 않으니 조정하자”(김부겸 의원)는 의견이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기자단과의 협의는 1시40분부터 12분간 진행됐다. 간담회 연기 제안도 나왔지만 홍 대변인은 “당 지도부도 그렇고 내일은 절대 안 되고 오늘 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버텼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셀프 청문회' 직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청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를 후보자 개인의 일방적 명령·비난·선동의 장으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라며 “후보자 자질 검증과 진실규명의 책무를 망각하고 후보자 개인의 홍보기획사인 양 행동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대대표도 “불법 청문회는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끝내 국민청문회를 강행한다면 문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권한 남용으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곁도 주지 않았다.

조 후보자는 ‘셀프 청문회’ 개최 의도에 대해 “오늘이 아니면 제가 저의 최소한의 이야기를 국민 여러분께 알릴기회가 없어지는구나 생각했다”며 “더도 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철저히 사전 기획된 대국민 사기 청문회”(김도읍 한국당 법사위 간사)라는 게 야당의 시선이다. ‘셀프 청문회’ 추진 과정의 당·청과 후보자의 보조가 약속한 듯 맞아떨어져 왔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실제 민주당 내에서 인사청문회와 국민청문회 모두를 ‘사실상 무산’으로 보는 시각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9일부터였다. 29일은 민주당이 조 후보자의 부인과 딸의 증인채택 문제를 최장 90일을 끌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며 후보자 가족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더라도 증인으로 내놓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날이다. 같은 날 원내지도부 회의 뒤엔 “(국민청문회도) 흐름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셀프 청문회’ 가 통보된 이후 청와대의 반응도 발빨랐다. 2일 오후 2시45분 윤도한 국민소통 수석은 “조 후보자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논평했다. “이런 형태로 충분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청문회 일정 협의가 표류하면서 당·청과 후보자 사이의 협의가 긴밀해진 것은 맞지만 간담회 장소와 시기는 전적으로 조 후보자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제 인사청문회가 열릴지 여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문 대통령은 법정 시한 마지막날인 2일의 다음날부터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을 국회에 할 수 있다. 한국당은 후보자 가족에 대한 증인 요구를 철회한 채 준비기간 5일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여기에 응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게 여권의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문 대통령의 스타일상 태국 등 동남아 3국 순방 중 전자결재를 통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그토록 부르짖던 가족 증인을 모두 양보했는데도 저렇게 서두르는 것을 보니 민주당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며 “더이상 국민들의 의혹 제기나 이의 제기에 대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게 민주당의 태도”라고 말했다.

임장혁·성지원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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