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나섰던 서울대 시설관리직원들, 별도 교섭단체 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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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성실한 단체교섭, 중소기업 제조업 시중노임단가 수준의 임금 지급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성실한 단체교섭, 중소기업 제조업 시중노임단가 수준의 임금 지급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학교의 기계·전기를 담당하는 시설관리직원들이 대학의 법인·자체직원들과 별도로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라고 결정한 재심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시설관리직원들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차별받아”

서울대는 2017년 발표된 정부의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지난해 3월 기계· 전기 등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교내 시설관리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건 지난 2월.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임금과 복지 등에서 차별 받아왔다며 교섭단위를 대학의 법인·자체직원들과 분리해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2월 12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문에 난방재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2월 12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문에 난방재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파업에 돌입하며 일부 건물의 기계실을 점거하고 중앙난방을 가동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5일 만에 잠정 합의안에 의견을 모으고 파업을 중단했다. 교섭단위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자체직원과 같이 교섭해야” vs. “교섭 쟁점 너무 달라”

서울대 측은 시설관리직이 자체직원 교섭단위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체직원은 각 단과대학, 부속시설, 연구시설, 부설학교 등 원고의 소속 기관에서 자체 예산으로 채용한 정규직, 무기계약직,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등이다.

2월 8일 오전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청소, 경비, 전기, 기계, 소방) 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2월 8일 오전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청소, 경비, 전기, 기계, 소방) 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시설관리직과 다른 자체직원들의 고용형태 및 근로조건이 약간 다르다는 이유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방해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반면 서울대 시설관리직원들은 근로조건과 처우에 차이가 있어 단체교섭에서 논의해야 하는 쟁점이 다른 만큼 법인·자체직원들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법 제29조는 하나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를 정하도록 하는 단일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근로조건이나 고용형태 등의 차이가 확실하다면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도 말한다.

법원 “교섭단위 단일화는 갈등 유발할 수 있어”

행정법원은 시설관리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인 자체직원은 시설관리직원과 그 임금수준, 복지혜택 등 근로조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어 분리교섭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할 경우 자체직원과 시설관리직원 사이에 단체교섭의 대상과 우선순위 등을 둘러싸고 이해관계를 달리하여 노동조합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고 불필요한 교섭의 장기화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하며 교섭단위 분리를 결정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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