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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불 꺼질까' 염려하던 제철업계...한시름 놓나

중앙일보

입력

조업 정지 처분으로 수조원의 손실이 우려되던 포스코, 현대제철 제철소 용광로 안전밸브(고로 브리더) 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 민관협의체는 3개월 논의 끝에 제철소 고로 브리더 일시 개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민관협의체 9월 입장 발표 #고로 개방 인정으로 의견 모은듯 #업계, 10일 중단 시 8000억 손해 주장

업계는 공식 발표 전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리더 개방을 인정받는 대신 환경개선책을 요구받을 수 있어서다. 또 막판까지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30일 “제철소 조업을 중단시키지는 않는 방식으로 결론이 지어진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공식 발표 내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환경부 민관협의체는 최종회의를 갖고 입장을 정리했다. 환경부는 9월 초 입장을 낼 때까지 내용을 함구하면서 발표 시기와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고로 브리더 일시 개방과 조업 유지를 결정하면서 장기적인 환경개선 방안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연합뉴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연합뉴스]

이에 앞서 오염 물질 배출을 이유로 경상북도와 전라남도가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충청남도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각각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내리자 2조원가량의 피해가 난다며 철강업계가 크게 반발했다.

고로는 두 달에 한 번가량, 주기적으로 정비를 위해 고온고압의 바람을 멈춘다. 이후 외부 공기가 유입되면 잔여 가스와 반응해 폭발위험이 생기므로 상부에 있는 브리더를 열어 개방한다. 이를 두고 환경부와 지자체는 오염물질을 위법적으로 배출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환경부 민관협의체 결정에 영향을 받는 업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다. 충청남도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지난 5월 조업중단 처분을 내렸다. 현대제철은 당시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 받아 조업 중단사태를 막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자체가 주관하는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가 민관협의체 발표 결과를 기다리고 했다.

철강업계는 고로 브리더 일시개방을 허용받고 조업을 지속하는 대신, 대안으로 환경보전금 투자를 강조해왔다. 포스코는 친환경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1조700억원을 2021년까지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고로 운영이 중단되면 금전적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제철소에서 10일간 조업이 중단되면 이를 정상화하는데 최소 3개월이 걸리고 8000억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업계는 예상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쇳물을 뽑아내는 작업(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쇳물을 뽑아내는 작업(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고로 브리더 개방이 환경부와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실정법 위반이 될 수 있는 만큼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대기환경 보전법상 배출시설 운영 등에 대한 조항(31조)에는 ‘오염도를 낮추기 위하여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공기를 섞어 배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해당 조항에는 환경부 장관, 지자체장이 ‘폭발위험을 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둔다. 민관협의체가 브리더 개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 예외조항을 인정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민관협의체 구성원 19명 가운데 환경시민단체 4명이 포함된 점은 변수다. 업계관계자는 “환경단체는 경제적 비용에 대해선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여서 끝까지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민관협의체가 ‘고로 브리더 개방 중단’을 결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가 지자체에 권고하고, 지자체가 제철소에 조업중단 행정처분을 내리게 된다. 해당 업체 입장에서는 발 등에 불이 떨어지는 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는 고로 브리더를 열지 않고 조업하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민관협의체가 해외시찰에서도 이 점을 파악한 것으로 안다”며 “고로 개방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전체 공정에서 매우 미미한 양”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사업장 전체 먼지 배출량(연간)과 비교해 브리더 배출 먼지 배출량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0.82%,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0.19%, 포스코 광양제철소 1.35% 수준이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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