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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물질 배출 논란에 “고로 멈추나” 철강업계 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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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립환경과학이 지난달 21일 드론을 띄워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3고로 블리더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 황산화물 등의 농도를 측정했다. 측정은 지속가능한환경협의회, 영산강유역환경청, 전남도, 광양시, 광양경찰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뉴시스]

국립환경과학이 지난달 21일 드론을 띄워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3고로 블리더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 황산화물 등의 농도를 측정했다. 측정은 지속가능한환경협의회, 영산강유역환경청, 전남도, 광양시, 광양경찰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뉴시스]

국내 철강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염물질 배출 논란으로 전국 각지 제철소가 지방정부로부터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고 있다. 제철소 고로는 꺼지지 않는 불꽃의 상징으로, 열흘 조업정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번 행정처분으로 철강업계는 적어도 2조원에 이르는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지자체 “대기오염” 10일 조업정지 #제철소 “흰 연기는 수증기일 뿐” #고로 중단 땐 최소한 2조원 손실

6일 철강업계, 한국철강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하순부터 지방정부가 제철소에 행정처분을 내리거나 행정처분을 예고하기 시작했다. 전라남도는 지난 4월 24일 포스코의 광양제철소에 행정처분 사전 통보를 내렸다. 경상북도도 지난달 27일 포항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사전통지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당진의 현대제철소는 더 곤란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충청남도는 청문 절차 없이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확정했다. 현대제철은 다음달 15일부터 열흘 동안 고로를 중단해야 한다. 현대제철은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에는 배출시설을 가동할 때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공기를 섞어 배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철강업계가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 이유다.

철강업계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제가 된 부분은 고로의 정비과정에서 나오는 흰색 연기인데, 이는 대부분 수증기이며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고로는 쇳물을 녹여내는 역할을 하는데 제철소에서는 45~60일 간격으로 고로를 정비하며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것을 잠시 중단한다. 고온·고압 상태로 24시간 가동되던 고로에 뜨거운 바람이 유입되지 않으면 고로 내부 압력이 낮아진다. 이때 외부에서 공기가 들어와 폭발할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증기를 불어넣는다. 고로 정비시 ‘블리더’라고 불리는 안전밸브를 열고 연기를 내뿜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블리더는 고로 폭발·화재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일 뿐 일상적인 오염물질 배출시설이 아니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철강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블리더에서 배출되는 잔류가스에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가 포함돼 있지만 극히 소량이라는 견해다. 2000cc 승용차를 하루 8시간 타며 총 10여일 동안 배출하는 양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지난 4일 “고로설비를 모르는 비전문가 등이 제기한 의혹에 현장 노동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성급한 행정처분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로가 10일 동안 가동을 멈추면 철강업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고로 내부 쇳물이 굳은 이후 재가동을 하려면 내화벽돌 등을 뜯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철강업계는 3~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제철 고로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액이 8000억원, 포스코는 최소한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환경부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법적인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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