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대표, 대전 LG화학 R&D 센터 찾았다

구광모(오른쪽 셋째) LG 대표가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 가능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

구광모(41) ㈜LG 대표이사가 대전광역시에 자리 잡은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찾았다. 미래 성장동력을 점검하고,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소재·부품 국산화 정책과 결을 같이하는 행보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LG화학 기술연구원은 석·박사급 인력 상당수가 근무하며, 길 하나를 두고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과 마주하고 있다. 두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인력 스카웃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구 대표는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솔루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메탈로센 POE 등 차세대 소재·부품 R&D 과제 별 책임자로부터 현황·전략 등을 설명듣고 상세히 논의했다.

LG화학 기술연구원(빨간 네모)은 길 하나를 두고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과 접해있다. [네이버 지도 캡처]

LG화학이 최근 개발 중인 3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 가능해 기존 1세대(160㎞ 미만)와 현재 2세대(320~500㎞) 수준을 뛰어넘는 제품이다. ㈜LG 관계자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대등한 주행거리를 갖춰 전기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앞당길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배터리”라고 소개했다. 자동차 업계 안팎에선 2020~2021년부터 3세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EV)가 본격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 대표, 직접 전기차 배터리 사업 현황체크  

전기차 용 배터리를 감싸는 데 필요한 파우치 필름을 놓고도 LG화학은 최근 국산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파우치 필름은 파우치형 일본 DNP와 쇼와덴코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 LG화학이 미국 화학업체 듀폰에서 인수한 솔루블 OLED 재료는 현재 LG의 주력 상품인 올레드 패널에 쓰일 차세대 화학소재다. 현재 OLED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증착 방식(유기물질을 진공상태에서 가열한 뒤 증발한 상태에서 패널에 붙이는 방식)과 달리 용액 형태의 유기물질을 패널에 직접 쏴 뿌려 ‘잉크젯 OLED’라고도 불린다. 현재 방식 대비 생산원가를 낮추고, 양산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메탈로센 POE는 차세대 플라스틱 합성수지로 자동차 내외장재, 범퍼 충격 보강재 등으로 쓰이고 있다. 빠르게 추격해오는 중국 석유화학 경쟁 업체 제품과 차별화해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상품이라고 한다.

“고객 가치 혁신할 수 있는 도전적 R&D 해야” 

구 대표는 “단기적 관점에서 해볼 만한 과제가 아닌 진정으로 ‘고객 가치’를 혁신할 수 있는 도전적인 R&D 과제를 선정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LG화학의 R&D 성과는 국내 소재ㆍ부품 경쟁력 강화는 물론 전방산업의 공급망 안정화에도 직결되는 만큼, 자긍심을 갖고 연구개발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7월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7.9 [사진 LG화학]

이날 구 대표가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찾은 건 지난해 말 본인이 영입한 신학철(사진) LG화학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볼 수 있다. 신학철 부회장 취임 이후인 올 4월 LG화학은 “최근 수년간 자사 직원 78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2차전지 관련 기술 상당수가 유출됐다”며 미 법원을 상대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이 과정에서 LG화학은 과거 SK이노베이션 대비 낮은 연봉을 지급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평판도에서 다소 타격을 입기도 했다.

LG화학의 CEO인 신 부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직원들의 처우 및 복지까지 포함해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LG화학은 노인호 최고인사책임자(CHO) 밑에 '조직문화·리더십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