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뒤 중소기업 근로자 31% 일자리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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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육아휴직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더 깎아주고, 임금을 더 보전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육아휴직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더 깎아주고, 임금을 더 보전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기업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A씨는 2016년 육아휴직을 다녀와 복귀했다. 법에 따라 육아휴직이 종료된 뒤에는 같은 업무 또는 임금이 같은 수준의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그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회사는 그에게 휴직 전 일하던 팀의 팀원으로 발령을 냈다. 좌석도 신입사원이 앉는 자리였다. A씨는 불만을 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결국 노동위원회를 찾았다. 한데 노동위는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의 인사발령은 인사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생활상 불이익이 없다"는 회사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억울했던 A씨는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A씨의 주장을 수용했다. "인사평가에 따른 것이라는 회사의 주장은 명목상 이유로 삼은 것일 뿐 실제 육아휴직을 사용하자 이를 이유로 보직해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육아휴직 뒤 A씨에게 부여한 업무나 내용, 사무실 좌석배치 등을 고려하면 정당한 이유없이 불리한 인사발령을 했다"고 덧붙였다.

A씨처럼 중소기업에선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뒤 일자리를 위협받는 근로자가 아직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 출산(유산과 사산 포함)휴가, 육아휴직 뒤 고용유지율 [신보라 의원]

기업 규모별 출산(유산과 사산 포함)휴가, 육아휴직 뒤 고용유지율 [신보라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보라(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업 규모별 육아휴직 고용유지 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대기업은 출산휴가 뒤 93%가 복직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우선지원대상기업)에선 80.9%에 그쳤다. 육아휴직 뒤 고용유지율도 대기업은 87.4%인 반면 중소기업은 69.5%에 불과했다.

육아휴직 관련 위법 행위도 늘어나는 추세다. 육아휴직을 아예 주지 않거나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나 해고, 동일업무 복귀 위반 같은 행위다. 2016년 101건이던 것이 2017년에는 137건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265건으로 불었다. 올해도 7월 현재 128건이나 됐다.

신보라 의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출산·육아휴직을 이유로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31%에 달한다는 것은 후진적 고용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다만 일부 중소기업에선 근로자가 퇴사하기 전 육아휴직을 쓰고 나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출산·육아휴직 뒤 고용이 유지되는 비율은 증가추세다. 출산휴가의 경우 2013년 74.4%이던 중소기업의 고용유지 비율이 매년 늘어나 지난해 6월에는 80.9%로 올랐다. 육아휴직도 같은 기간 59.2%에서 69.5%로 증가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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