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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달기' '검은색 옷 입기'…“부끄러운 역사 잊지 말자”

중앙일보

입력

일제에 나라를 뺏겼던 ‘경술국치일 109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추념 행사가 열린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부정, 경제보복과 겹쳐 검은색 옷 입기, 조기 게양, 차가운 음식 먹기 등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언론은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경술국치일 추념식에 취재 의사도 밝혔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항일독립운동 사료 전시회에서 참가자들이 치마폭에 직접 그린 3.1운동 당시 태극기(왼쪽부터)와 총탄 자국과 혈흔이 선명한 독립군 태극기, 임시정부 시절 태극기를 향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항일독립운동 사료 전시회에서 참가자들이 치마폭에 직접 그린 3.1운동 당시 태극기(왼쪽부터)와 총탄 자국과 혈흔이 선명한 독립군 태극기, 임시정부 시절 태극기를 향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회 광주·전남지부는 29일 오전 10시 30분 광주광역시 서구 광덕고등학교에서 ‘109주년 경술국치일 추념 행사’를 연다. 광덕고등학교는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후손들이 세운 학교다. 이날 점심은 차가운 죽과 주먹밥이 제공된다. 나라를 잃고 떠돌아야 했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심정을 이해하고자 마련된 식사다. 광덕고 측은 추념식을 앞두고 일본 아사히TV에서 취재 협조요청을 해왔다고 밝혀 일본 언론의 관심도 예상된다.

지난 7월 17일 오후 광주 광덕고등학교 학생들이 '일본 제품 안쓰기 운동'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을 상자에 버리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17일 오후 광주 광덕고등학교 학생들이 '일본 제품 안쓰기 운동'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을 상자에 버리고 있다. [뉴스1]

 경술국치일 추념식 참석자들의 복장은 검은색의 ‘상복’이다. 광복회 광주·전남지부는 “나라를 잃었던 제삿날이므로 검은색 옷과 넥타이를 입고 순국선열들의 피맺혔던 그 날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했다. 광복회 경북도지부도 29일 오전 11시 경북 안동 경북도 독립운동기념관에서 열릴 경술국치일 추념식 참석자들에게 검은색 옷을 입을 것을 당부했다.

김홍장 충남 당진시장이 28일 당진지역 독립만세운동 성지인 정미면 천의리 4·4 독립만세운동 기념탑 앞에서 'NO 아베! 부당한 수출규제 즉각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일본의 독선적인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장 충남 당진시장이 28일 당진지역 독립만세운동 성지인 정미면 천의리 4·4 독립만세운동 기념탑 앞에서 'NO 아베! 부당한 수출규제 즉각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일본의 독선적인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28일 당진시 4·4 독립 만세운동 기념탑 앞에서 ‘NO 아베! 부당한 수출규제 즉각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었다. 김 시장은 일본 정부를 향해 “일제의 침략에 죽음으로 맞섰던 선열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했다.

29일 전국 각지에서 경술국치일 추념행사 #일본 아사히TV 광주 추념식 취재 요청도 #학교 현장에서는 경술국치일 '계기 교육'

 학교 현장에서도 경술국치일을 맞아 다양한 움직임이 관측된다. 울산시교육청은 29일에 맞춰 지역교육청과 산하기관, 각급 학교에 조기를 게양한다. 학교 단위로 조례나 종례시간, 또는 역사 교과 등 관련 과목 시간에 계기 교육도 하도록 권장했다. 울산시교육청은 ‘한일병합’이나 ‘한일합방’ 등 잘못된 표현 사용을 막고 나라의 아픈 역사를 바르게 가르치겠다는 계획이다.
경남도교육청도 경술국치일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29일 소속 기관 및 학교에서 조기를 게양할 것과 자율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강원도 춘천 봄내중학교에서는 29일 오전 9시 학생 대표의 시낭송으로 경술국치일 추념 행사가 시작된다. 봄내중학교 독서동아리 학생 약 30명은 추념행사에서 주제도서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를 읽고 나눈다. 강원도교육청 산하기관과 각급 학교들도 경술국치일에 맞춰 조기를 게양한다.

 전남도교육청은 29일 오후 2시 무안군 남도소리울림터에서 ‘친일잔재 청산 TF 중간보고회’를 연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난 4월부터 전남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153개교에서 168건의 친일잔재물을 확인했다. 전남도교육청은 일제 잔재물이 확인된 학교가 교체를 원할 경우 관련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조기게양에 관한 조례를 통해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규정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다. 광주시는 2013년 10월 ‘국치일(國恥日) 등 국기의 조기(弔旗)게양 조례’를 제정했다. 대구시는 2014년, 충남도는 2016년, 울산시는 2017년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각 자치단체는 29일 산하기관을 비롯해 가정에서도 조기를 게양하는 운동을 추진한다.

 대구·홍성·울산·춘천·광주·안동=김방현·위성욱·신진호·박진호·백경서·진창일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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