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성욱 "스타 플레이어(재벌)에게 더 매서운 심판될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조성욱(55)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첫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언론 질의에 머뭇거리지 않고 즉답했다. '김상조 아바타' 같이 예민한 질문에도 웃으며 답했다. "(공정위원장 자리에 걸맞은)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고 있다. 지켜봐 달라"며 소신도 드러냈다. 다음은 조 후보자와 일문일답.

[일문일답]

전임 김상조 위원장 얘기를 하게 된다. 김 전 위원장 때처럼 공정위가 업무 범위를 넘어서 재벌 개혁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건가.
재벌 정책은 공정위 하나만 갖고는 어렵다. 타 부처와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벌 정책 관련해 기존 기조를 이어간다고 하셨다. 구조적 개선을 염두에 둔 독과점 시장이 있는지.
공정위에서 관심 있는 분야 중 하나가 ICT 분야다. 실제로는 플랫폼 사업자라든가 빅데이터 사업자가 많다. 불공정 거래행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더 있지만, 특정 산업을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김상조 전 위원장으로부터 조언 들은 것은 없나.
첫 출근날 김 전 위원장이 다른 행사로 공정거래원에 들렀다가 "축하합니다. 공정위를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는 말만 남기고 가셨다. 이후로 조언 들은 것은 없다.
일감 몰아주기 개선 의지를 많이 밝힌 듯하다. 중견기업도 일감 몰아주기 사례가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공정위원장에 취임하면 이 부분 예의주시하겠다. 불공정행위나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하면 엄정히 법을 집행하겠다.  
후보자께선 주로 학계에 계셨다. '경제검찰' 공정위를 잘 이끌 수 있을지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학자로서만 25년간 살아온 건 맞다. 하지만 학자로 살며 많은 경험을 했다. 학회 회장을 맡았고, 정부 위원회 민간 위원으로 일했다. 공무원은 아니지만, 민간 비상임위원으로서 나름 리더십 훈련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중요한 건 경영학에서 말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터 드러커는 리더의 역할로 첫째,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추진하는 것. 둘째, 권한을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보는 것, 셋째는 신뢰라고 했다. 제가 공정위 수장으로서 목표를 설정하고 직원들이 목표를 향해 가도록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위원장이 된다면 서울대 교수에서 퇴직할 건가.
굉장히 어렵고, 중요한 질문이다. 평생 교수로 살아왔고, 학생을 사랑한다. 공정위 위원장으로서 임기인 3년, 혹은 그보다 적을 수 있지만 일을 마치고선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위원장이 된다면 휴직하려고 한다. 학교로 돌아가도 부끄럽지 않은 교수로서 돌아가고 싶다. 공정위원장으로서 활동이 경영학 교수로서는 좋은 경험 된다고 생각한다. 경영학을 배우는 학생은 미래 기업을 이끌 분들이다. 제 역할과 경험이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감 몰아주기가 대기업 스스로에게도 비효율적이라고 하셨는데.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기업 입장에서 비용은 올라가고 성과는 떨어질 수 있다.
김상조 전 위원장의 입김이 셀 것이란 우려가 있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지 보고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
재계에서 궁금해하는 건 재벌 규제의 강도다. 재벌 규제는 기존 대비 강화한다고 보면 되나.
공정위는 재벌의 법 위반에 대해 엄격히 대응하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업 규모에 무관하게, 엄정히 법을 집행하겠다. 재벌이 지난 몇십년간 많은 성장을 해왔고, 우리 기업 경제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부족한 점이 있다. 이런 부족한 점이 실제 법 집행으로 이어지는 경우엔 엄정하게 하겠다. 최근 재벌은 과거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1970년대 재벌은 우리 경제를 만드는 측면이 있었지만, 현재 생존한 재벌은 과거와 다르다.    
최근 발간한 논문에서 전문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후보자는 공정위 업무 중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가졌는지.
2018년 발간한 국제 학술지에도 제 논문이 실려있다.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해외 저널이다.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에 관한 내용이다. 전문성에 대한 답변은 이 논문으로 대신하겠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어떤 입장인지.
이미 2018년에 국회에 전면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회가 어떻게 처리해 주느냐에 달렸지만 저희는 전면개정안 통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조직 쇄신을 언급했다. 외부인 접촉 금지 등 강조한 것은 현재 노력이 부족하니 더 강하게 하시겠다는 건지.
2018년 공정위가 선보인 조직쇄신안은 정부 부처 중 가장 강력했다. 계속 유지한다면 다른 정부부처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 강해서 일부에선 우리 공정위가 외부와 소통에 문제 있는 게 아닌가 얘기한다. 나름 고민한 게 있다. 세미나도 많이 열 것이고, 많은 분이 밖에 나가서 공정위 역할에 관해 설명하고 여러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갖겠다.
기업 총수나 주요 경영인을 만날 계획을 가졌는지.
저희는 레귤레이터(regulator)다. 기업과 소통은 지속할 것이다. 기업과만 소통하는 게 아니라 정책 당국으로서 국회와 소통도 중요하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열심히 찾을 것이고 질타와 조언도 듣겠다. 도움되는 의견이라면 여야 막론하고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언론과도 열심히 만나겠다. 간담회가 늦어졌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청문회 앞둔 후보자라 조심스러웠다. 위원장에 취임하면 언론의 의견을 많이 듣겠다.
갑을 관계 개선이 긴급하고, 절실하다고 하셨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 건지.
갑을 관계에서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사건 하나하나를 보는 것과 더불어 구조적인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맹점 가입을 원하는 점주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준다든지,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자 한다.
대기업집단 규제와 관련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집행한다"고 했는데 4대 그룹에 대한 규제를 강조한 전임 위원장과 차이가 있나.  
공정위는 어찌 보면 게임의 심판이다. 심판은 스타 플레이어(재벌)가 잘못한다 해도 규율하고, 무명의 플레이어(중소기업)가 잘못해도 규율한다. 다만 규모에 따라 양형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그 부분은 살펴보겠다.
최근 대기업 집단뿐 아니라 호반건설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중견기업의 불공정 거래 사례도 알려졌다.
호반건설 관련 문제는 공정위에서 보고받은 것은 없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본 것은 있다. 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불공정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 엄정히 처리하겠다.
경기 활성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정경제 기조가 후퇴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심판은 어떤 경우에도 룰을 지켜나가는 게 맞다. 일관성과 원칙이 중요하다. 다만 일본과 관계에서 수출 규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등 여파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 분업에 의존했던 대기업이 수입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이 투자 결정을 할 때 저희가 의사결정, 심사가 늦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기업의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방향에서 도와드리겠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