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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성욱 후보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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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22일 공정거래조정원 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22일 공정거래조정원 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크게 세 부류다. 가슴을 졸이는 사람(조국 전 민정수석), 가슴이 답답한 사람(국민),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다른 고위 공직자 후보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지켜보는 시선이다. 8·9 개각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급 후보자 6명은 어쩌면 조국 논란의 소나기가 이어지기만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이 중 하나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다.

재계 “소신·철학 뭔지 깜깜이 걱정” #불법 겸직 문제엔 “몰랐다” 회피 #‘김상조 아바타’ 지적도 모르쇠 #조국 논란에 묻혀 엄밀 검증 없어

조 후보자는 교수 출신이다. 현재까지 가혹한 검증의 칼날에 서본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 행보를 보면 정면 돌파하기보다 피하는 모양새다. 조국 후보자보다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의혹이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학자로서 소신과 정책에 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관가는 물론 재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조 후보자는 도대체 어떤 인물입니까”다.

“여러 방안 강구” … 답변 않는 것보다 못해

최근 어떤 인물인지 가늠할 수 있는 작은 단서가 나왔다. ‘불법 겸직’ 논란이다.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형부 회사에 12년 간 감사로 일했는데, 겸직 신고를 누락했다. 조 후보자는 “무보수·비상근직으로 일했다”고 해명했지만, 엄연히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26조(영리 업무가 아닌 직무를 겸할 경우 소속 기관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반이다.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서엔 대기업 사외이사 경력만 적고 형부 회사 감사 이력은 빠뜨렸다. “몰랐다”는 해명도 수긍하기 어렵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집행하는 공정위 수장으로서 적발된 기업이 “몰랐다”고 한다면 어떻게 처리할지 의문이다.

청와대가 조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꼽은 ‘전문성’이 있는지도 우려스럽다. 후보자의 논문·보고서로 검증하려 해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직접적인 관련 연구가 없어 10년 이상 된 논문을 뜯어보는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수준이다.

그는 지난 9일 임명 직후 정책에 대한 언론의 각종 질의에 줄곧 “후보자 신분이라 발언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침묵했다. 그러다 20일 공정위 출입기자단에 “대기업 집단의 불투명한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국회 차원에서 논의될 것” “기업 담합 처리는 검찰과 협의하면서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짧은 내용의 답변서만 보내왔다. 차라리 무대응하는 것만 못한 ‘뜬구름·불성실’ 답변이었다.

당장 재계에선 우려가 크다. 정부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공정경제’를 집행하는 주무 부처의 향후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올 하반기엔 재계 최대 관심사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쟁점이다. 전속고발권(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 폐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고경영자(CEO) 처벌 같은 민감한 내용이 수두룩하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경제검찰 격인 공정위가 ‘칼’을 휘두르더라도 (청문회 등을 통해) 어느 방향에서 날아올지 준비는 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후보자의 소신·철학이 무엇인지 ‘깜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면에서 경제에 불확실성이 많은데 하나가 더 얹어진 격”이라고 덧붙였다.

전임 김상조 지명 직후 정책 소통과 대비

조 후보자는 전임자의 인사 파일을 들춰봤으면 한다. 김상조 전 위원장은 지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4대 그룹 규제 강화, 기업집단국 신설 계획을 발표하며 정책 소통 전면에 나섰다. 이전 공정위원장 후보자들도 작은 간담회라도 열어 소신을 드러냈다.

조 후보자의 최근 행보는 청문회 무사통과를 위해선 좋은 전략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측면에선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말을 삼가기엔 공정위 수장이란 자리의 무게가 막중해서다. ‘김상조 아바타’ ‘무임승차’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의혹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정책 구상에 대해선 소통하라.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고 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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