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군 한때 레바논 진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이스라엘 지상군이 17일 전격적으로 레바논 남부에 진격한 가운데 레바논 소방대원들이 추에팟에서 불타는 창고 건물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이 창고는 이스라엘 전폭기의 공습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레바논 남부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지상군이 17일 레바논 국경을 넘어 남부에 진격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 지상군이 로켓포 발사 기지가 있는 헤즈볼라 본거지를 공격해 작전을 수행하고 귀환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간 이스라엘군은 야포와 전폭기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를 공격했으나 국경을 넘지는 않았다.

◆ 레바논 전 지역이 공격받아=이스라엘은 16일에 이어 17일에도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의 거점에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남부 항구도시 타이르에서만 16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목표는 17일 오전부터 레바논 전 지역으로 확대됐다. 베이루트 항구와 인근의 가스 저장소, 그리고 도시 외곽 시아파 거주 지역을 공격했다. AFP는 6일간의 충돌로 레바논 측은 180여 명, 이스라엘은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헤즈볼라 거점이 아닌 레바논 정규군 기지 공습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레바논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 이스라엘에선 로켓포 공포 확산=17일 하이파가 다시 로켓포 공격을 받아 3명이 추가로 부상하자 이스라엘에는 로켓포와 미사일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16일 "로켓포 공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밝히면서 레바논 국경에서 80여㎞ 떨어진 텔아비브까지 공포에 떨고 있다고 이스라엘 방송은 전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헤즈볼라가 약 1만2000개의 로켓 탄두와 이란제 로켓 발사기,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중 사거리가 길게는 100여㎞ 되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로켓포 발사 거점인 레바논 남부 지역에 소재한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 중재 노력 속 피란 대열 이어져=유럽연합(EU)은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레바논 남부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EU 순번제 의장국인 핀란드의 외무장관은 이날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 직전 기자들에게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주체가 EU 또는 유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중재단을 파견해 레바논.이스라엘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G8 정상들은 16일 중동사태 해결을 위한 급선무 4개 항을 제시했다.

한편 레바논에선 외국인 철수가 이어졌다. 미국은 16, 17일 군용 헬기를 이용해 처음으로 자국민 일부를 키프로스로 철수시켰다. 프랑스와 영국 등도 자국민을 태울 선박을 파견했다. 레바논 전역이 공습을 받으면서 북부 안전지대로 대피한 한국 교민 30여 명도 시리아로 탈출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