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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재산비례 벌금제” 검사들 “누가 누굴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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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서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 완수 등 두 번째 정책 구상 등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서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 완수 등 두 번째 정책 구상 등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 개혁 방안과 재산 비례 벌금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정책 공약을 26일 내놨다. 지난 20일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1대1 전담 보호관찰, 정신질환자 치료를 통한 범죄 예방 등을 발표한 이후 두 번째다. 딸 입시와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 의혹 등에 물러서지 않고 정책으로 국민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음주운전 벌금 등 연봉 따라 차등 #법조계선 “형벌체계 혼란 우려” #각종 의혹에도 두 번째 정책 발표 #검사들 “말·행동 달라 신뢰 힘들어”

이날 발표된 정책 중에선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벌금액에 차이를 두는 ‘재산 비례 벌금제’가 포함됐다. 범죄 행위의 경중에 따라 벌금 일수를 먼저 정하고, 여기에 피고인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정한 하루 치 벌금액을 곱해 총벌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가령 혈중알코올농도 0.14%로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을 때 연봉 1억5000만원을 받는 사람과 연봉 2000만원을 받는 사람은 현재 700만원으로 동일한 벌금형이 적용된다.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1일 환산 벌금 10만원을 가정했을 때 노역장에 70일간 유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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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비례 벌금제가 도입될 경우 법원은 1일 벌금액을 두 사람에게 각각 30만원과 5만원으로 차등 선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각각 2100만원과 350만원의 벌금을 받는다. 벌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모두 동일하게 70일 노역장 처분을 받는다.

재산 비례 벌금제와 유사한 개념으로 ‘일수(日數)벌금제’가 2014년 추진됐다. 하지만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경제력을 누가 조사할지, 제출된 자료에 이의가 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문제 삼으면서 “형벌 체계의 혼란만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2012년 ‘일수벌금형제도의 도입 방안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을 쓴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소득에 관한 증빙자료가 많아져 이젠 도입할 때도 됐다”고 말했다.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따르면 재산 비례 벌금제는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스위스 등에서 도입했다.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조 후보자는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완수를 강조하면서 “검찰 개혁이나 법무행정의 개혁은 우리 시민 전체의 열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사들 사이에선 “누가 누구를 개혁하느냐”는 반응도 흘러나온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지금 드러난 의혹만 놓고 보면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된다 하더라도 영이 서지 않을 것”이라며 “누가 누굴 개혁하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도 “조 후보자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달랐다는 것”이라며 “검사들이 장관의 말을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장관 지명 이후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조 후보자에겐 부담이다. 검찰은 조 후보자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몰아서 배당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애초엔 여러 지검에 분산했지만 재배당을 통해 형사1부로 집중되고 있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경우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면 검찰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김민상·김기정·정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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