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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헬기 정보 주고, 병원 법카 1700번 쓴 복지부 공무원…징역 8년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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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뇌물

공무원뇌물

총 3억 5000만원.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인 허모(57)씨가 2013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4년 9개월 동안 모 병원 명의로 된 법인카드를 총 1677회에 걸쳐 사용했다. 허씨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해당 병원에 닥터 헬기 도입과 연구중심병원 지정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5일 닥터헬기 관련 정보를 건네고 모 병원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허씨에 대해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허씨, 법인카드로 유흥주점과 해외여행 다녀

허씨는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사업’을 추진해 모 병원을 주관 의료기관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병원 직원인 이모씨와 김모씨를 알게 돼 친분을 쌓았다. 병원 직원들은 닥터헬기 도입을 위해 허씨에게 뇌물로 법인카드를 건넸다.

그 결과 해당 병원은 2011년 닥터헬기를 국내 최초로 배치받을 수 있었다. 그해 초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돼 중증외상체계 구축이 중요해지던 시기였다. 여러 병원이 닥터헬기 도입을 추진했지만 해당 병원에만 도입됐다.

병원 명의의 법인카드 8장을 제공받은 허씨는 약 3억 5000만원을 썼다. 유흥주점에 다니거나 해외여행을 나갈 때도 카드를 사용했다. 검찰은 허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허씨는 대가성이 없는 친분관계로 카드를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와 김씨는 “접대해야 할 감독기관의 고위공무원이었다”고 진술했다.

법원 “우월적 지위에서 법인카드 요구, 죄질 무거워”

1·2심 모두 허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허씨도 자신이 제공받는 경제적 이익이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대가로서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하였다”고 판단했다. 뇌물공여자인 직원들이 허씨로부터 연구중심병원 사업 등에 관한 정보나 편의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내지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어 법원은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공정성과 불가매수성, 이에 대한 사회 일반 신뢰가 크게 훼손된 점과 범행기간이 길고 수수한 이익의 규모가 매우 큰 점을 지적하며 허씨에게 징역 8년에 벌금 4억원을 선고했다. 허씨가 우월적 지위에서 병원 관계자들에게 먼저 법인카드를 요구해 죄가 무겁다고 봤다.

대법원도 “뇌물액 산정과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를 확정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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