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배우자만 챙겨오세요, 나머지는 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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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 장만에서 신혼여행지 추천까지 "내 손 스치면 당신은 공주님, 왕자님"…결혼시장 트렌드 끊임없이 공부해야 '일류'

웨딩플래너는 우리말로 '결혼 도우미'다. 결혼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꼼꼼이 챙겨 주는 일을 한다.

예식장과 피로연 장소를 골라 주고 주례를 맡을 사람도 소개해 준다. 신부 드레스를 골라 주거나 신부화장 미용실, 웨딩 촬영 사진관을 섭외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혼수 장만 요령도 알려 주고 신혼여행지도 추천한다. 그만큼 웨딩플래너는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또 경험이 중요하다. 고객들의 취향을 판단하는 안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비 부부뿐 아니라 양가의 부모.가족들의 스타일까지 조율해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결혼 시장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능력도 필요하다. 웨딩 드레스나 신부화장은 물론 혼수용 가전.가구도 유행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웨딩 패션쇼나 혼수 제품전 등에 자주 참여해 트렌드를 익혀야 한다. 결혼 관련 업체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많은 업체들을 알고 있으면 그만큼 고객들에게 폭넓은 선택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뭐니 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정신이다. 결혼을 앞둔 대부분의 신랑.신부의 신경은 날카롭다. 결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싸우거나 심지어 파혼하는 커플도 있다.

롯데호텔에서 웨딩플래너로 일하는 사공경 지배인(위 사진 왼쪽)은 "까다로운 손님도 많지만 정성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웨딩플래너가 직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일부 2년제 대학은 웨딩플래너를 양성하기 위한 정규학과를 개설했다. '웨딩 이벤트 학과'나 '파티 플래너 학과' 가 그것이다. '디어포웨딩'에서 일하는 임순정 웨딩플래너는 "학벌은 중요하지 않지만 기본적인 교양을 갖춘 사람을 선호한다"며 "많은 사람을 대하는 직업인 만큼 인상.말투.목소리까지 살펴 직원을 뽑는다"고 설명했다.

웨딩플래너의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예비 부부에게서 컨설팅 비용을 받을 때도 있고 결혼 관련 업체에서 소개료를 받기도 한다. 웨딩컨설팅업체 '웨딩 티아라'의 양지영 실장은 "1년에 2000만원 정도를 버는 사람도 있고 많게는 1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스타급 웨딩플래너도 있다"고 말했다. 호텔이나 예식장에서 일하는 웨딩플래너들은 해당 업체 직원들과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근무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예비 신랑.신부들이 대개 퇴근 후 상담하러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다반사다. 또 고객의 결혼식이 대개 주말에 잡혀 있어 주말에 잘 쉬지 못한다. 보람은 적지 않다.

'웨딩피아체'의 박정은 실장은 "내가 정성껏 꾸민 신부가 입장하는 걸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글=임미진 기자, 임지영 인턴기자(중앙대 3년), 사진=정지영 인턴기자(중앙대 대학원 1년)

◆ Q&A

Q. 결혼한 뒤에도 하기 좋은 직업인가.

A. 시간 운용을 잘하면 가정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상담 시간을 잘 조정해 개인 시간을 갖는 사람이 많다. 또 예비 부부들은 기혼 플래너를 많이 선호한다.

Q. 남자 웨딩플래너도 있나.

A. 있다. 우리 회사에도 5명의 웨딩플래너 중 두 명이 남자다. 남자 플래너들이 더 상냥하고 꼼꼼하다는 칭찬을 듣기도 한다. 특히 예비 신랑이 남자 플래너를 선호한다.

Q. 웨딩플래너 양성 학원도 있는데 취업에 도움이 되나.

A. 도움은 된다. 하지만 어차피 수습으로 들어와 일하기 때문에 현장 실무 능력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책임감.인내심 같은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해 배우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Q. 웨딩플래너들은 자기 결혼식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궁금하다.

A. 봄.가을 같은 '결혼 성수기'에는 바빠서 못하고 대부분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하는 경우가 많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지 않나. 정보가 많으면 선택하는 게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도움말= 해피니스 웨딩플래너 조선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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